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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와 나무

우수와 나무

by 운영자 2013.02.26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도 지났으니 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중국 사람들은 우수가 지난 후 첫 5일 기간에는 수달(水獺)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했다.

이즈음 수달은 얼었던 강물이 풀리면 때를 놓치지 않고 물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이런 속담도 그저 옛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강물은 오염으로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수달이 우수 직후에 물고기를 잡아먹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날이 바로 살기 좋은 시절일지도 모른다.

추운 곳에서 보내는 기러기는 봄기운이 올라오면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간 후 나무와 풀에 싹이 돋는다.

나는 나무의 싹을 보면서 봄을 맞는다. 나는 이 순간이 가장 가슴 설레지만, 추운 날씨를 견디면서 싹을 만들어내는 나무의 입장에서는 이때가 가장 두렵다.

나무들은 아무 탈 없이 그 싹을 잘 틔워야만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싹을 틔웠다고 해서 무난히 결과를 얻기란 무척 어렵다. 그 과정에는 수없이 많은 시련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돋은 싹을 보면 나무마다 나름대로 위기에 대처하는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이처럼 나무는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만든다.

언 땅이 풀리면 나무가 몸을 풀면서 싹을 만들 듯이, 사람들도 봄을 맞아 굳은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런데 굳은 몸을 갑자기 풀다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을 지난 몸은 서서히 풀어야 탈이 생기지 않는다.

봄철 산에 오를 때도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언 땅이 녹으면서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 중에도 언 땅이 녹으면서 몸을 다친다. 특히 언덕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나무들 중에 봄철에 언 땅이 녹으면서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봄철 산에 올라 넘어진 나무를 만나면 가슴이 아리다.

살다보면 불시에 종종 재난을 당한다. 재난은 의미상 인재가 아닌 천재지만, 천재는 인간이 조심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오히려 천재보다 인재가 무서울 때가 많다. <맹자>에서도 하늘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맹자>에서 천재를 피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 것은 자연의 법칙을 잘 알면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고, 인재를 피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언제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자연은 예전과 달리 변화무쌍해서 예측이 쉽지 않다.

이제 자연에도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자연의 법칙을 잘 파악해서 적응해야 살아남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자연의 법칙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법이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 중 변하지 않는 것은 자연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법칙 앞에 겸허하게 자연을 닮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 즐겁게 춤추면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매일 매일 두려움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