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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김나지움(Gymnasium) 졸업식 풍경

독일 김나지움(Gymnasium) 졸업식 풍경

by 운영자 2013.07.10

지난 두 주간 독일을 다녀왔습니다. 6년 전 독일에서의 목회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올 때 마침 큰딸 아이가 대학교에 진학할 때여서 동생과 함께 두고 왔는데, 누나와 함께 남았던 막내가 이번에 *김나지움(Gymnasium)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와 따로 떨어져 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식마저 아이들끼리 참석하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어렵지만, 시간을 내어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몇 년 만에 찾은 독일의 느낌은 한 마디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지인의 차를 타고 아이들 집으로 향할 때 거의 모든 것이 예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오랜만에 찾았음에도 마치 엊그제 다녀간 곳을 다시 지나가는 듯싶었지요. 변함없음, 그것은 지루함이나 정체보다는 한결같음 혹은 차분한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김나지움 졸업식은 슈발바흐 라트하우스(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지역에서 갖는 행사를 위하여 시청 안에 좋은 공간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재학생들의 클래식 연주로 시작된 졸업식은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졸업생들은 시간에 맞춰 가족들과 함께 시청으로 모였는데, 여학생들은 마치 어느 영화제에 참석하는 배우처럼 예쁜 드레스를 갖춰 입었고 남학생들은 대부분 양복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막내가 집을 나서기 전 양복을 입자 제법 의젓해 보였답니다.

졸업식은 차분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그동안의 졸업생들과 교사들의 수고를 치하했고, 시장을 비롯한 몇몇 분들의 축사와 격려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 뒤 특정 과목 담당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나와 자신들이 가르친 학생들을 위해 축하의 말을 건넸는데, 무대 위로 오르는 학생들은 대단한 일을 이룬 업적을 칭찬받듯 내내 이어지는 따뜻한 박수 속에 강단 위로 올랐습니다.

교사들의 인사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누어주며 서로를 끌어안고 일일이 인사를 나눕니다. 그 뒤를 이어 교장 선생님도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축하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선생님도 있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도 보였습니다.

따로 날을 잡아 열린 졸업파티(아비발)는 그야말로 축제의 시간이었습니다. 졸업생과 가족 등 천여 명이 모였는데, 가족들은 이미 몇 달 전에 참석 여부를 확인하여 예약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천여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인 대형 공간, 저녁 6시에 입장하여 시작된 순서는 자정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도 하고, 노래와 악기 등을 연주하기도 하고, 재학 시절의 재미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 한쪽에서는 신나는 춤을 추기도 하고, 흥겨움과 즐거움과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녀와 졸업식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이 묻더군요.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었냐고요. 제게는 순서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던 가족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지만, 그래도 눈여겨보고 싶은 것이 많은 졸업식이었습니다.

*김나지움(Gymnasium) : 독일의 인문계 중등교육기관.

<한희철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