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거리에 넘치면
반려동물 거리에 넘치면
by 운영자 2013.07.19
책을 덮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섬뜩하다. 등장인물과 주인공의 한 축인 개를 냉혹하게 죽음으로 내 몬다.
정유정의 장편 ‘28’은 사람과 개가 똑같이 ‘빨간 눈 괴질’이라는 원인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빠르게 번지는 수도권 가상의 도시 ‘화양’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순식간에 무저갱(無底坑)으로 변해버린 파괴된 도시와 인간 군상들의 본성을 생생하게 그렸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군과 시민의 대치는 광주의 5월을 떠올리게 한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과연 옳은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죽음을 눈앞에 둔 대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노하고 절망하며 생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작가는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넘친다.
등장인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관계를 이어가는 구성이 치밀하다. 개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폭력성을 우화적으로 비판한다.
작가정신 또한 치열하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초고를 끝내고 수정을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에 봉착한다.
지리산에 들어가 초고를 엎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썼다. 대학병원 수의학과와 응급의학과 교수, 도청 방역과 수의사, 수사관, 특전사 장교, 119구조대원, 신문기자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리얼리티를 살렸다.
저자는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을 생매장 하던 모습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만약 소나 돼지가 아닌 반려동물, 이를테면 개와 인간 사이에 구제역 보다 더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모티브로 삼았다.
올해부터 시행 된 ‘반려동물등록제’는 반려견을 잃어버릴 때 주인을 쉽게 찾아주고 유기견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달부터 등록하지 않으면 최고 4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려고 했다.
6개월간의 계도기간 중 등록률은 11%에 불과해 과태료 부과는 내년 초로 늦췄다.
현재 400만 가구 1000만 여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핵가족화, 1인 가족과 노령층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반려동물로 등록하려면 동물병원에서 등록서류를 작성하고 마이크로 칩을 개 몸속에 넣거나, 목걸이에 전자태그를 걸던지, 연락처를 새긴 '인식표'를 달아야 한다. 일부 동물단체에선 전자 칩의 유통기한과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칩을 삽입하여 바코드처럼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행정편의 발상이자 인간중심적이다.
동물 사랑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애지중지 키우다가 늙거나 병들면 슬그머니 버린다.
한 해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공존의 가치가 무의미 해진다. 자연과 공존한다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유기견이 거리에 떠돌면 소설 속 가상의 전염병 같은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으니 소설 ‘28’은 재앙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이규섭 시인>
정유정의 장편 ‘28’은 사람과 개가 똑같이 ‘빨간 눈 괴질’이라는 원인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빠르게 번지는 수도권 가상의 도시 ‘화양’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순식간에 무저갱(無底坑)으로 변해버린 파괴된 도시와 인간 군상들의 본성을 생생하게 그렸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군과 시민의 대치는 광주의 5월을 떠올리게 한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과연 옳은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죽음을 눈앞에 둔 대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분노하고 절망하며 생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작가는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넘친다.
등장인물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관계를 이어가는 구성이 치밀하다. 개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폭력성을 우화적으로 비판한다.
작가정신 또한 치열하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초고를 끝내고 수정을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에 봉착한다.
지리산에 들어가 초고를 엎어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썼다. 대학병원 수의학과와 응급의학과 교수, 도청 방역과 수의사, 수사관, 특전사 장교, 119구조대원, 신문기자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리얼리티를 살렸다.
저자는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을 생매장 하던 모습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만약 소나 돼지가 아닌 반려동물, 이를테면 개와 인간 사이에 구제역 보다 더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모티브로 삼았다.
올해부터 시행 된 ‘반려동물등록제’는 반려견을 잃어버릴 때 주인을 쉽게 찾아주고 유기견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달부터 등록하지 않으면 최고 4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려고 했다.
6개월간의 계도기간 중 등록률은 11%에 불과해 과태료 부과는 내년 초로 늦췄다.
현재 400만 가구 1000만 여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핵가족화, 1인 가족과 노령층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반려동물로 등록하려면 동물병원에서 등록서류를 작성하고 마이크로 칩을 개 몸속에 넣거나, 목걸이에 전자태그를 걸던지, 연락처를 새긴 '인식표'를 달아야 한다. 일부 동물단체에선 전자 칩의 유통기한과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칩을 삽입하여 바코드처럼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행정편의 발상이자 인간중심적이다.
동물 사랑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애지중지 키우다가 늙거나 병들면 슬그머니 버린다.
한 해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공존의 가치가 무의미 해진다. 자연과 공존한다면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유기견이 거리에 떠돌면 소설 속 가상의 전염병 같은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으니 소설 ‘28’은 재앙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