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일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일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by 운영자 2013.07.23

어린 시절 모친을 따라 사찰에 가 법당 내부 뒷면에 그림으로 그려진 동화를 자주 보았다.

한참 자란 후에 그 내용이 인도의 전설적인 한고조(寒苦鳥)[추위에 떨며 고통받다 죽은 새]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종강 날, 학생들에게 이 새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한다.

인도 대설산(大雪山), 히말라야 산맥에 예쁜 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 새가 사는 곳은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고 주위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낮에는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 이산 저산을 날아다니며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환락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주인공 새는 밤만 되면 잠잘 쉼터(둥지)가 없었다.

결국 친구 집을 기웃거리며 하룻밤을 재워달라고 애걸하지만 낮에 함께 놀던 친구들은 냉정히 거절한다. 간혹 하룻밤 재워주는 친구도 있지만 달가워하지 않았다.

잠잘 곳을 구하지 못한 밤에는 추위에 오돌 오돌 떨면서 맹세한다. “오늘 날만 새면 내일은 친구들과 놀지 않고 반드시 내 집을 지어야지.”

그러다 정작 날이 밝으면, 그 맹세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지냈다. 또 밤만 되면 밤새도록 떨면서 ‘내일은 꼭 내 둥지를 지어야지’라고 맹세를 거듭하다 어느날 밤, 결국 새는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다.

세상의 즐거움에만 탐닉해 게을러서 도를 깨치지 못하고 밥만 축내며 어영부영 살다간 수행자를 한고조에 비유한 전설이야기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재밌게 보았던 그림을 어른이 된 지금, 게을러지고 수행의 끈이 느슨해질 때마다 한고조를 떠올린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내 집은 내가 지어야지 대신 지어줄 사람이 없다. 내일은 그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늘 하루에 충실하다면 적어도 한고조와 같은 삶은 살지 않을 것이다. 하루살이는 3년 만에 알속에 있다가 깨어나 하루를 사는데, 그 하루 사는 동안 단 한번도 날개짓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미물도 이러할진대 부단한 노력과 정진은 사람으로서의 도리요, 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전 애플사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사망했다.(나는 첨단을 달리는 아이폰을 사용해서 잡스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저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알고 있다.) 살아생전 그의 연설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 여러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만을 연관시켜 볼 수 있을 뿐이다. 현재가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배짱, 운명, 인생, 카르마 등 그 무엇이든 믿음을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현재가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에게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오늘이다.

오늘에 성실하면, 밝은 내일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장밋빛 미래를 원한다면 바로 현재 충실함이요, 현재에 충실함은 바로 찬란한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명심하라.

<정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