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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바게트 빵

독서와 바게트 빵

by 운영자 2013.07.26

독서와 바게트 빵, 참으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강의 때문에 식사 시간을 종종 놓치는 나는 바게트 빵을 즐긴다.

겉은 적당히 바삭거리면서도 속은 촉촉함을 잃지 않는, 그 담백하고 수수한 맛이 좋다. 요즘은 통 곡물과 과일 말린 것까지 들어가 있는 제품도 있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을 주는 빵들은 많이 있으나 바게트 그 고유의 맛은 다른 빵과는 좀 다르다 하겠다.

책에서도 나는 색깔과 맛을 느낀다.

도도히 흐르는 유장한 강물의 흐름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은 하염없이 그 강물을 따라 걷게 한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의 떨림이 느껴지는 시 구절들은 한순간에 우리를 첫사랑의 연못가로 데리고 가기도 한다. 또 그윽한 묵향을 품은 책들은 아주 조용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지독한 슬픔에 빠진 우리의 어깨를 다독여 주기도 한다.

육체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이 빵이라면, 책은 이렇듯 우리의 정신에 보탬과 정진(精進), 위로의 그 발걸음을 함께 해주고 있다.

정약용 선생은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자녀들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다. “망한 집안의 아들로서 잘 처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 밖에 없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우리는 아비로서 자식 곁에서 가르침을 주지 못하는 그의 안타까움과 간절함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자신 스스로가 대단한 독서가였기에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멀리 있는 자식들에게 그와 같은 뜨거운 당부를 했던 것이리라.

정약용은 시험 위주의 공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총명하고 재능 있는 이들을 일률적으로 과거라는 격식에 집어넣는 교육제도는 개성을 짓밟는 서글픈 제도라고 말하였으니, 지금 이 시대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많이 닮아있는지.

헤르만 헤세는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심해서 하는 독서나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는 진정한 독서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이 말은 독서가 우리의 정신과 의식을 고양하고 삶을 바꿀 수 있을 때 독서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는 독서의 양보다 질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헤세는 작가들에게도 일침을 놓는다.

세태의 경박성과 시류에 따라가지 말라고.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섬세하고 감동적인 언어로 쓰여서 무척 아끼는 책들이라면 때때로 낭독하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낭독을 권한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제안이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이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자책을 읽는다. 교과서 밑에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숨겨놓고 읽던 그런 시대는 글쎄, 다시 올 수 있을까? 독서에 대한 고민을 하자.

경쟁의 시대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면서 삶이 우울하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의 정신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 그런 책 한 권을 손에 쥐도록 하자. 행복이란 도달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신이 창조하는 상태라고 했으니 말이다.

독서와 바게트 빵이 함께 있어 나는 행복하다.

<엄란숙>
ㆍ시인
ㆍ순천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