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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천국 순천

민박천국 순천

by 운영자 2013.07.30

정원박람회가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최측을 비롯한 순천시민은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서는 "어어 이것이 아닌데..." 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게나 많이 밀려드는 방문객들이 밥은 어디가서 먹고, 잠은 어디가서 자려는지 구경이 끝나기가 무섭게 훌훌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정원박람회의 성공을 비는 순천시민의 속 마음에는 저들이 시내에 들어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물건을 사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런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지려면 그 일이 이뤄지도록 미리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을 치든지 하다못해 낚시대라도 드리워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런 장치가 없었다.

누가 잠을 자고, 누가 돈을 쓰고 갈까.

일반적으로 대형 관광버스는 느긋하지가 못하다. 여행코스 중에서 사업자에게 수익이 될만한 정해진 곳이 아니면 쉽게 머물지 않는다.

또 머문다고 하더라도 단체관광객의 지갑은 철지갑이라는 말이 있듯이 돈 씀씀이가 방어적이다.

주최측이 단체관광객 유치와 수학여행단의 유치에 치중했다면 그만큼 머물고 가는 손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개별관광객은 개인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서 얼마든지 유동적이다. 이들은 방예약과 스케쥴을 스스로 짠다.

그리고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무리해서라도 비용을 지출한다. 뿐만 아니라 개별관광객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도 있다.

거기에다 여행이 끝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여행에서 일어났던 일을 자랑하고 다른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해보도록 권해서 방문객이 늘어나도록 만든다.

이렇게 볼 때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관광객은 개별관광객이다. 얼핏 보면 수가 적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이것이 개미군단을 형성하여 지속되면 훨씬 더 큰 수가 된다.

개별관광의 파이프 라인, 민박

개별관광객은 야영을 계획하지 않는 한 미리 숙박예약을 하고 떠난다.

예약은 인터넷으로 하되 남의 눈을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값비싼 호텔보다는 취향에 맞는 펜션이나 민박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태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순천만과 정원박람회가 갑자기 부각되면서 순천은 숙박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자본이 드는 호텔이나 펜션, 영업용 민박집을 일시에 증가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관광객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된다.

더욱이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펜션이나 민박집은 비슷한 시설에 주인의 접객태도 또한 영업적이다.

개별관광객의 욕구는 보다 섬세하고 인간적이다.

여기에 빈방을 활용한 홈스테이형 민박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17일 대통령주재 관광진흥회의에서 <도시민박업은 실거주공간의 빈방을 활용한 홈스테이 중심운영으로 추진할 것>을 보고한 바가 있다. 빈방 100개면 50실 호텔 2개와 맞먹는다.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은 사람이다. 민박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업이다.

관광도시를 표방한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4년 만에 민박방이 2만개로 늘어난 것이나 현재 서울시 특히 마포구가 도시민박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순천시에 이러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이 발전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본다면 지금이야말로 민박사업에 박차를 가할 때가 아닌가, 순천을 민박천국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유상철>
ㆍ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ㆍ농협중앙회 중앙연수원 교수
ㆍ순천만 생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