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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母校) 도서관에서

모교(母校) 도서관에서

by 운영자 2013.07.30

저는 지금 졸업한지 30년 만에 다시 출입증을 발급받아 드나들기 시작한 모교 도서관의 창가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중이라도 다들 공부에 열심이어서 자유열람실은 자리가 거의 다 차있고, 다행히 높은 키의 서가가 늘어서있는 방에는 자리가 넉넉합니다.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기억이 남아있어 자신만만하게 출입구로 들어섰는데 아무리 바코드를 찍어도 문이 안 열립니다.

멀리서 지켜보던 경비아저씨가 다가와 바코드 찍는 위치가 잘못되었다며 도와주시더니 슬며시 웃습니다.

당황해서 흘러내리던 땀이 서늘한 도서관 기운에 금방 마릅니다. 에어컨의 냉기와는 다른, 책꽂이 사이로 떠다니는 특유의 도서관 냄새와 온도에 저절로 차분해지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꼭 찾아야 할 책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책꽂이와 책꽂이 사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합니다.

‘와, 이런 책도 다 있구나!’ 감탄하기도 하고, 나중에 꼭 빌려 읽어야지 속으로 점찍어 놓기도 합니다.

창가에 서서 멀리 푸르른 나무숲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생각은 자연스레 30년 전 20대 대학시절로 돌아갑니다. 이 좋은 캠퍼스를 어쩜 그리 벗어나려고만 했을까요.

강의가 빌 때면 얼른 도서관으로 달려오거나 캠퍼스의 나무 그늘 아래를 걸어도 좋았을 것을 꼭 교문 바깥으로 나가 쏘다녀야 직성이 풀리곤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일하며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아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간도 많고 체력 또한 좋았을 텐데, 뭐가 그리 바쁘고 핑계가 많았는지 공부도 마지못해서 대충하고 아르바이트도 적당히 하고 바쁜 부모님도 건성건성 돕는 시늉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눈이 밝았을 때 좀 더 열심히 책을 읽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노안으로 하루가 다르게 침침해지는 눈 때문에 ‘사람이 천 냥이면 눈이 팔백 냥’이라는 속담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어서 더한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모교 도서관에 오니 학창시절 기분도 나고 젊어서 헛되이 흘려보낸 시간이 손에 잡히는 듯해서 지금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줍니다.

무더운 이 여름을 도서관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보내다보면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그러면 제 독서 목록도 좀 풍성해지겠지요.

<강판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