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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되새기는 휴가

추억을 되새기는 휴가

by 운영자 2013.08.02

연례행사로 치러온 대가족 휴가도 추억의 페이지에 저장 될 것 같다. 육남매가 가지를 친 식솔까지 많을 때는 60명 가까이 모여 2박3일을 보낸다.

몇 해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폐지론이 솔솔 새나왔다.

휴가까지 와서 어른들 뒷바라지하기도 힘들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다.

나도 폐지론에 한몫 거든다.

드러내지 못하지만 자식들도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나이 들면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10년 새 세 분 누님이 연세가 여든을 넘으니 거동도 불편하고 아침저녁 약봉지를 챙기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말은 안 해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한 누님과 매형들을 위해 올해도 충북 단양 사동계곡으로 출발채비를 서두른다.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떠난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지가 드러났다. 정가에선 휴가 일정이 나오기 전 부터 청해대(靑海臺)를 휴가지로 예상했다.

청와대에서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과 동생 박지만 씨 부부, 조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겠느냐는 추측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휴가지에서 읽을 도서 25권의 제목과 출판사를 공개하느냐 여부로 설왕설래했다. 대통령 경호의 어려움은 짐작되지만 휴가지를 무조건 숨기려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에도 어긋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8월 10일 매사추세츠 마서스 비니어드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공식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측과 “납득하기 어렵다”는 출입기자단과의 언쟁까지 있었으나 박대통령 스스로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저도(猪島)다. 1954년부터 1993년까지 대통령 휴양지로 활용돼 청해대로 불렸던 곳이다.

‘인증샷’을 올린 5장의 사진엔 비운에 간 부모를 그리는 인간 박근혜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바닷가 모래밭에 나뭇가지로 쓴 ‘저도의 추억’ 사진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하다.

“35여 년이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는 글도 올렸다.

‘35년 여’라고 한 것으로 봐서 청와대를 떠나기 전인 1970년대 말까지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고 1학년 때인 1967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 등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서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 대통령이 되어 찾아왔으니 감회가 각별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연에 동화되어 추억을 되새기며 복잡한 국정에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 휴가가 되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여름휴가와 소시민의 대가족 피서는 달라도 아련한 추억을 그리워하고 되새기기는 마찬가지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