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이와 약(藥)의 개수는 비례하는 것일까요?

나이와 약(藥)의 개수는 비례하는 것일까요?

by 장석길 2013.08.08

해마다 방학이면 아이들 데리고 꼬박꼬박 치과 출입을 했지만 그 보람도 없이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부어오르기 시작한 잇몸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치과로 달려가니, 염증이 심하고 치아를 떠받치고 있는 치조골에도 이미 손상이 왔다는 것입니다.

잇몸에 마취주사를 놓고 째고 긁어내고 꿰매고, 괴로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은 식사할 때 치료받지 않은 반대쪽으로 씹어야한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약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약봉지를 꺼내놓고 보니 하루에 챙겨 먹어야 할 약의 종류가 많아 제 때에 잘 챙겨먹는 것도 큰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공복에 먹는 갑상선 호르몬약, 오래 전부터 복용해 온 하루에 두 번 먹는 잇몸약, 자기 전에 먹는 칼슘과 비타민D가 합해져 있는 약에다가 이번에 처방받은 약을 하루 세 번 먹으려면 매 끼니 약을 두 종류씩 먹어야 겨우 다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건강보조제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노안을 방지한다는 블루베리 성분의 약, 갱년기 여성에게 필수라는 달맞이꽃 기름이 들어있다는 약, 종합비타민과 비타민C, 또 다른 이름의 영양제, 피로해소에 좋다는 약, 중년 남녀 모두에게 좋으니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먹어야 한다는 약까지, 선물을 받거나 이런 저런 경로로 얻게 된 약들이 식탁 한 켠 선반에 빼곡 차있습니다. 그중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하도록 미처 포장을 뜯지 못한 것도 몇 개 있습니다.

이러다 약으로 배부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약과 약이 몸속에서 충돌을 일으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몇 년 전 통계이긴 하나 어르신들의 평균 복용약물 개수가 7.2개이고, 조사 당시 하루에 27개의 약물을 복용한 분도 계셨다는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91세 되신 친정아버지는 요즘도 친구들을 만나고 오시면 꼭 약 이야기를 하십니다. 누가 그러는데 초록홍합이 좋다더라, 역시 홍삼이 최고라더라, 그러니 드셔야 할 약과 건강보조제의 개수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야말로 건강에 대해 유난히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고, 건강보조제를 열심히 챙겨먹는 편도 아닌데 약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저도 나이 들어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남보다 더 건강해야만 하고 유난히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려니 이렇게 된 것이지만, 이삼십대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으니 더 이상 젊은 몸이 아니며 이제는 약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왔음을 실감합니다.

정말 나이와 약의 개수는 비례하는 걸까요?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