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육아일기
할아버지 육아일기
by 운영자 2013.08.09
대가족 피서여행에 손자가 동행했다.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산촌 냇가를 찾은 먼 길 나들이다. 손자를 안고 물 깊은 곳으로 들어가 허리춤까지 잠수시키니 목을 껴안고 다리로 허리를 감싼다.
두렵고 불안하다는 표현이다. 가장자리 발목이 잠기는 바위에 앉혔다. 바닥의 돌을 주어 양 손에 쥐더니 딱∼딱∼소리 나게 부딪친다. 돌을 줍더니 물에 떨어뜨려 본다.
물방울이 얼굴에 튀니 해맑게 웃는다. 돌을 주워 머리 위까지 올린 뒤 힘껏 던진다. 멀리 돌을 던져보려는 욕심이 발동했지만 돌은 발아래로 떨어진다. 냇가에 나와 샌들 위에 자갈을 올리더니 멀리 차는 시늉을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행동이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면 위험을 느끼고, 돌을 멀리 던지려면 손을 뒤로 한껏 젖혀야 함을 스스로 안다.
손자와는 일주일에 한번, 멀게는 보름 만에 집에서 만난다. “엄마” “아빠” 발음만 또렷할 뿐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는 아직 못한다.
책상 액자 속 할아버지 사진을 보고는 “아빠”라고 한다. 간난 아기 때는 낯 설이를 하더니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팔을 벌리고 스스로 안긴다.
치즈 사러 가자고 하면 현관의 신발을 챙긴다. 처음 슈퍼에 갔을 때 치즈와 요플레를 챙겨주니 무척 좋아한다. 물건을 계산대위에 올려놓자 빼앗는 줄 아는지 운다.
계산하는 아주머니가 “할아버지 닮았네”하며 비닐봉지에 담아주니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한다. 그 뒤부터는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면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인다.
그네 타러 가자고 하면 선뜻 따라나선다. 골목을 걸을 때 손을 잡으면 뿌리치고 혼자서 뒤뚱거리며 걷는다. 보도블록 턱이 나타나면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넘어지면 손바닥 먼지를 툭툭 턴다.
앞장서 가다 담장에 몸을 숨기면 잰 걸음으로 다가온다.
근린공원 미끄럼틀에서는 겁 없이 거꾸로 오른다. 엉덩이를 받쳐주며 돕는다. 아이에게 잠시라도 눈을 떼면 위험하다.
물놀이를 하며 자연과 동화되고, 마트에서 유통의 원리를 깨우치고, 미끄럼틀을 기어오르며 도전정신을 배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가는 게 신통망통이다.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유아 2명 중 1명꼴이라는 것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로 대리양육자 1순위이다.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도 많이 생겼다. 손자 키우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할아버지 육아일기'도 잇달아 출간 됐다.
손자의 재롱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감동, 커가며 변하는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가부장 제도가 엄격했던 500년 전에도 ‘할아버지 육아일기’는 있었다. 묵재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 쓴 ‘양아록(養兒錄)’이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는 과정을 담백하게 기록해 전통사회에도 육아의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늙어서 애나 보게 됐다”고 탄식할 게 아니다.
손자를 키우며 새록새록 샘솟는 재미가 노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손자의 재롱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
<이규섭 시인>
태어난 지 19개월 만에 산촌 냇가를 찾은 먼 길 나들이다. 손자를 안고 물 깊은 곳으로 들어가 허리춤까지 잠수시키니 목을 껴안고 다리로 허리를 감싼다.
두렵고 불안하다는 표현이다. 가장자리 발목이 잠기는 바위에 앉혔다. 바닥의 돌을 주어 양 손에 쥐더니 딱∼딱∼소리 나게 부딪친다. 돌을 줍더니 물에 떨어뜨려 본다.
물방울이 얼굴에 튀니 해맑게 웃는다. 돌을 주워 머리 위까지 올린 뒤 힘껏 던진다. 멀리 돌을 던져보려는 욕심이 발동했지만 돌은 발아래로 떨어진다. 냇가에 나와 샌들 위에 자갈을 올리더니 멀리 차는 시늉을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행동이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면 위험을 느끼고, 돌을 멀리 던지려면 손을 뒤로 한껏 젖혀야 함을 스스로 안다.
손자와는 일주일에 한번, 멀게는 보름 만에 집에서 만난다. “엄마” “아빠” 발음만 또렷할 뿐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는 아직 못한다.
책상 액자 속 할아버지 사진을 보고는 “아빠”라고 한다. 간난 아기 때는 낯 설이를 하더니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팔을 벌리고 스스로 안긴다.
치즈 사러 가자고 하면 현관의 신발을 챙긴다. 처음 슈퍼에 갔을 때 치즈와 요플레를 챙겨주니 무척 좋아한다. 물건을 계산대위에 올려놓자 빼앗는 줄 아는지 운다.
계산하는 아주머니가 “할아버지 닮았네”하며 비닐봉지에 담아주니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한다. 그 뒤부터는 계산대에 물건을 올리면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인다.
그네 타러 가자고 하면 선뜻 따라나선다. 골목을 걸을 때 손을 잡으면 뿌리치고 혼자서 뒤뚱거리며 걷는다. 보도블록 턱이 나타나면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넘어지면 손바닥 먼지를 툭툭 턴다.
앞장서 가다 담장에 몸을 숨기면 잰 걸음으로 다가온다.
근린공원 미끄럼틀에서는 겁 없이 거꾸로 오른다. 엉덩이를 받쳐주며 돕는다. 아이에게 잠시라도 눈을 떼면 위험하다.
물놀이를 하며 자연과 동화되고, 마트에서 유통의 원리를 깨우치고, 미끄럼틀을 기어오르며 도전정신을 배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가는 게 신통망통이다.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유아 2명 중 1명꼴이라는 것이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다.
맞벌이 부부가 가장 먼저 손을 내밀 곳은 할아버지, 할머니로 대리양육자 1순위이다.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도 많이 생겼다. 손자 키우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할아버지 육아일기'도 잇달아 출간 됐다.
손자의 재롱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과 감동, 커가며 변하는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가부장 제도가 엄격했던 500년 전에도 ‘할아버지 육아일기’는 있었다. 묵재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이 쓴 ‘양아록(養兒錄)’이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는 과정을 담백하게 기록해 전통사회에도 육아의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늙어서 애나 보게 됐다”고 탄식할 게 아니다.
손자를 키우며 새록새록 샘솟는 재미가 노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손자의 재롱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