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매미의 삶과 인생

매미의 삶과 인생

by 운영자 2013.08.12

매미 소리는 처절한 생존의 울림이다. 그러나 간혹 사람들은 매미 소리를 시끄럽다고 짜증낸다.

2년에서 17년 동안 땅 속에 있다가 2주 정도 살다가 가는 매미 소리는 짝짓기를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매미의 이러한 삶을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결코 매미 소리에 짜증내지 않을 것이다.

중국 진(晉)나라 시대 육운같은 사람은 매미의 삶을 다섯 가지로 극찬했다.

우선 매미의 얼굴이 선비들의 갓을 닮아 ‘문(文)’의 기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둘째, 매미는 종류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나무에서 이슬을 먹고 산다. 이슬만 먹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매미는 맑은 존재이다.

이처럼 맑은 매미는 나무에 살지만 2주 정도만 나무에 기생하다가 땅속으로 돌아가니 아주 검소한 존재이다. 사람들이 한 평생 살다갈 공간을 대궐처럼 만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매미는 다른 곤충과 달리 이슬을 먹고 살기 때문에 나무는 물론 다른 생명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래서 매미는 염치를 아는 존재이다. 이 세상에는 염치없는 인간이 아주 많다.

자신의 몫도 아니면서 훔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가 넘치도록 먹는 사람도 많다.

매미는 언제 와서 언제 가야할 지를 잘 안다. 그래서 매미는 신의가 있는 존재이다. 이처럼 옛날 사람들 중에는 매미가 다섯 가지 덕을 가진 존재로 평가했다.

이 세상에 매미만큼 훌륭한 성품을 가진 존재도 드물다. 그래서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선비들도 무척 매미를 사랑했다. 매미를 사랑한 까닭은 매미의 삶이 선비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매미는 그야말로 신선같은 존재이다. 이슬만 먹고 살면서도 청아하게 살다가는 매미의 삶이야말로 인간이 본받아야한다.

그러나 한 여름 밤을 더위에 싸우는 인간은 매미의 소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매미의 소리가 즐겁지 않는 것은 그 만큼 인간의 착한 심성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매미를 비롯한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보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보는 것이 ‘추기지심(推己之心)’이다. 추기지심은 성리학자들이 상대방을 이해할 때 사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자신의 마음을 통해서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조차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상대방의 마음을 어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심정을 상대방의 마음과 대비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매미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사람은 자신이 사랑할 때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매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할 때는 사랑에 미쳐 상대방의 입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매미도 짧은 기간 동안 사랑을 통해 후손을 남기고 가야하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짝짓기에만 열중이다.

그런 매미의 삶이 인간에게 거의 해를 주지 않는다면 너그럽게 듣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매미의 소리를 음악으로 생각한다면 매미 소리는 아름다운 연주곡일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음을 바꾸면 좋지 않는 것도 아주 좋은 것으로 바뀐다.

그래서 매미는 여름마다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다. 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한층 행복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