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별똥별을 보며

별똥별을 보며

by 운영자 2013.08.21

한희철 목사

지난 주 행사 참석차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갖는 독서캠프가 제주에서 열린 것이지요.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고 듣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각지에서 모여 하나가 되는 모습은 언제나 정겹고 소중해 보입니다.

제주에서 맞은 첫날 밤, 늦은 밤에야 모든 순서가 끝이 났지만 그냥 잠자리에 들기는 아쉬운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마당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요.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꽃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피어나는 풍경은 그것 자체가 아름다웠습니다. 어느새 풀벌레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애월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고, 머리 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시간을 정말로 축하해 주는 것이 따로 있었는데, 다름 아닌 별똥별이었습니다. 함께 가자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요, 적지 않은 별똥별들이 까만 밤하늘을 단숨에 이어 달리고는 했습니다.

어떤 별똥별은 바로 우리 앞을 지나는 듯 굵은 빛줄기로 스쳐가기도 했습니다. 눈부신 금이 하늘에 그어질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들은 유년의 아이들처럼 탄성을 지르고는 했지요.

문득 알퐁스 도데의 ‘별’이 떠올랐습니다. 목동이 몰래 짝사랑 하던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가 음식을 가져다주러 산에 올랐다가 소나기에 발이 묶여 목동과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7월의 밤은 아주 짧아요, 아가씨. 조금만 참으면 된답니다.” 몰래 사랑했던 아가씨와 밤을 보내야 하는 당황스러움과 떨리는 기쁨이 짧은 한 마디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지키는 심정으로 밖에 홀로 앉아 있는 목동 곁으로 잠을 설친 아가씨가 나옵니다. 때마침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무엇이냐고 목동에게 묻지요.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고 목동은 대답을 합니다. 목동 곁에서 별자리 이야기를 듣던 아가씨는 그만 목동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들고, 그 순간의 심정을 목동은 이렇게 아름답게 고백합니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다.”

환한 금을 그으며 연이어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별과 같은 마음으로 지켜주는 목동을 생각하는 것은 즐겁고도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점점이 박힌 무수한 별 중 무명의 별 하나 떨어질 때에도 저렇게 마지막 순간 아름다운 것이라면 이 땅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 한 사람 사라질 때에도 다르지 않겠구나, 무감하거나 초라하지 않겠구나, 어느 누가 이 땅 떠난다 하여도 별똥별만큼이나 눈부시고 아름답겠구나, 따뜻한 눈물 같은 위로의 생각이 지났습니다. 밤하늘을 단숨에 가르던 별똥별이 어느새 마음으로 지나는 듯 마음이 맑고 환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