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엇이 되어 드릴까요?

무엇이 되어 드릴까요?

by 운영자 2013.08.26

올 여름 참으로 더웠다. 기록상으로는 지난해가 더 더웠다고 하지만 전력비상 덕분에 올 여름 체감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졌다.

필자는 폭염경보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과 함께 지리산 트레킹을 하였다.

준비할 때는 학교폭력 가해자, 학업 부적응자로 주목받던 아이들이여서 무더위 속 강행군을 견뎌낼까 은근히 걱정했다.

그러나 종종 애를 먹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잘 따라 주었고 작은 변화의 조짐도 보여주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산길을 걸으며 “네 꿈은 뭐니?” 조심스럽게 물어보지만 대부분 “꿈이 없어요!”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어렸을 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단다. 실제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까지는 “너 꿈이 뭐니?” 물으면 나름 뭔가 읊어대지만 중학교에 가면 우물쭈물하기 시작하고 성장할수록 꿈에 대한 질문 자체를 버거워한다.

아이들은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커서 뭐 될래!”라는 말이란다. 참 좋은 말인데 실은 예나 지금이나 참 듣기 싫은 말이다.

왜일까? 그 말 속에는 “넌 글러먹었어!”, “언제 인간될래!” “공부 좀 해라 공부!” 등등의 비난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꿈을 감추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좋은 일”을 꿈 삼으라는 어른들의 강요에 자기 꿈을 감추고 좌절시키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기 꿈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성공과 출세의 꿈을 꾸도록 세뇌한다.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코패스, 승자에게 아첨하며 비굴하게 살아가는 자동인형,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인간상이 우리 어른들의 자화상 아니던가!

점점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 “커서 뭐 될래?”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되묻는다.

“무엇이 되어 드릴까요?” 꿈을 잃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묻고 있다. 사이코패스가 되어 드릴까요? 자동인형이 되어드릴까요? 시한폭탄이 되어 드릴까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모든 아이들은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다. 사고뭉치에게도 상처 속에 감추어 둔 꿈이 있다. 이제 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비록 미약하지만 폭염 속 산행에서 살짝 드러낸 꿈과 변화의 씨앗이 뿌려지길 기대해 본다. “달라져 봐야 세상은 그대로 인걸” 낙담하여 씨앗을 감추어 버리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게 좋은 토양이 되어주어야 한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