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애국가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나라

‘애국가 법’까지 만들어야 하는 나라

by 운영자 2013.09.27

애국가 부를 때도 분위기를 탄다. 때와 장소, 행사 내용에 따라 감정의 파장이 다르다.

지난 15일 6.25전쟁 6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장인 인천 월미도에서 해군군악대의 장엄한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승행사에 참석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248명 가운데 UN군 참전용사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해군소년병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했다.

20대에 낯선 땅 한국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그들은 80대로 접어들어 감회 또한 남달라 보였다.

기념식이 끝난 뒤 인천상륙작전 재연이 펼쳐졌다. 한·미 해군 및 해병대 병력을 비롯하여 세종대왕함 등 함정 10여척, 항공기 20여대, 상륙장갑차 20여대 등이 참가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입체작전을 전개했다.

작전개시를 알리는 팔미도 등대 점등을 시작으로 선견부대가 월미도 앞바다에 출격했고, 해상 낙하와 공중 돌격은 위용이 넘쳤다.

인천상륙작전은 수세에 몰린 전시상황을 공세로 전환시켰고, 수도 서울탈환의 계기가 됐다. 치밀한 전략으로 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은 인천 자유공원에서 월미도 앞바다를 굽어보고 있으나 동상 철거논란은 올해도 재연됐다.

좌파 단체는 “동상이 제국주의 상징물”이라며 철거 집회를 열어 왔다. 우파 단체는 “동상은 북한의 한반도 적화 야욕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맞불 집회를 벌였다.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이념논쟁은 망자(亡者)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애국가는 태극기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이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오르고 국기 게양에 맞춰 애국가가 울러 퍼지면 국민이라면 누구나 진한 감동을 받는다.

그런데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그냥 나라 사랑을 표현한 여러 노래 중 하나”라고 주장한 진보정당 국회의원은 어느 국적 의원인지 묻고 싶다.

심지어 그 의원이 주도한 지하조직 ‘RO’ 모임에서는 ‘적기가(赤旗歌)’를 합창했다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깡그리 부정하는 반 국가적 행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가(國歌)는 애국가로 한다’는 ‘애국가 法’이 국회에 발의됐다.

애국가를 법으로 강제해 부르게 해야 할 정도로 이념의 골이 깊어도 너무 깊어졌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