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주추와 그랭이질
덤벙주추와 그랭이질
by 운영자 2013.11.20
마음으로 삼척은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는 동네 같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등의 이름을 대면 삼척동자도 그곳을 대뜸 떠올리겠지만 삼척 하면 알 듯도 싶고 모를 듯도 싶어 어른들도 고개를 갸웃하곤 합니다.
삼척을 기억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죽서루’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에 훌륭한 인물이 살았거나 유서 깊은 곳이 있어 한 지역을 기억하게 하는 것도 귀한 일이겠지요.
관동팔경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내륙에 있는 누정인 죽서루는 동쪽에 ‘죽장사’라는 절이 있어 죽서루가 되었다고도 하고, 죽죽선녀라는 이름난 기생이 살던 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죽서루에 오르면 많은 현판들이 걸려 있습니다.
경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하다 보니 당대의 시인이나 묵객들이 그곳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겠지요.
송강 정철, 미수 허목, 율곡 이이,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죽서루의 아름다움을 남겼습니다.
그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받아 죽서루는 보물 213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죽서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십천의 유유한 흐름과 흐르는 물결을 따라 이어져 있는 절벽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활짝 트이고 숨이 탁 터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럴만한 곳을 택해 그럴만한 집 한 채 지었다는 것을 대번 느끼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 멀리 높다랗게 솟아오른 아파트가 시선을 가로막는 것은 영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가 없지요. 풍광을 누정의 일부로 받아들였던 옛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지켜야 할 것이 죽서루 주변의 풍광까지였음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요.
지상에 세워진 참으로 멋진 집 죽서루를 유심히 바라보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인 바위 위에 기둥을 세운 것입니다.
바위의 표면을 평평하게 깎아낸 뒤 기둥을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위에 기둥을 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둥의 길이도 제각각입니다. 바로 그 점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건물의 하중을 지반에 전달하여 주는 기능과 기둥 밑뿌리를 습기로부터 보호하여 주는 기능을 감당하는 것을 주추라 합니다.
주추로 삼은 돌을 주춧돌이라 하는데, 주춧돌은 대개가 펑퍼짐한 자연석을 골라 그대로 썼습니다. 깎아내지 않은 자연석 그대로의 주춧돌을 ‘덤벙주추’라 불렀습니다.
덤벙주추를 쓸 때 한 가지 문제는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요철이 있어 기둥이 흔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그랭이질입니다.
주춧돌의 표면을 깎는 대신, 주추 표면의 생김새를 따라 기둥의 밑동을 깎아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돌과 나무가 그랭이질을 통해 조금의 틈도 없이 하나가 되었던 것이지요. 조금만 달라도 서로를 반목하며 사는 세상, 그럴수록 나를 버려 너를 품는, 둘이 하나가 되는 그랭이질이 그립습니다.
<한희철목사>
서울이나 부산 등의 이름을 대면 삼척동자도 그곳을 대뜸 떠올리겠지만 삼척 하면 알 듯도 싶고 모를 듯도 싶어 어른들도 고개를 갸웃하곤 합니다.
삼척을 기억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죽서루’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에 훌륭한 인물이 살았거나 유서 깊은 곳이 있어 한 지역을 기억하게 하는 것도 귀한 일이겠지요.
관동팔경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내륙에 있는 누정인 죽서루는 동쪽에 ‘죽장사’라는 절이 있어 죽서루가 되었다고도 하고, 죽죽선녀라는 이름난 기생이 살던 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죽서루에 오르면 많은 현판들이 걸려 있습니다.
경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하다 보니 당대의 시인이나 묵객들이 그곳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었겠지요.
송강 정철, 미수 허목, 율곡 이이, 단원 김홍도, 표암 강세황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죽서루의 아름다움을 남겼습니다.
그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받아 죽서루는 보물 213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죽서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십천의 유유한 흐름과 흐르는 물결을 따라 이어져 있는 절벽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활짝 트이고 숨이 탁 터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럴만한 곳을 택해 그럴만한 집 한 채 지었다는 것을 대번 느끼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 멀리 높다랗게 솟아오른 아파트가 시선을 가로막는 것은 영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가 없지요. 풍광을 누정의 일부로 받아들였던 옛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지켜야 할 것이 죽서루 주변의 풍광까지였음을 놓치지 않았을 텐데요.
지상에 세워진 참으로 멋진 집 죽서루를 유심히 바라보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인 바위 위에 기둥을 세운 것입니다.
바위의 표면을 평평하게 깎아낸 뒤 기둥을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위에 기둥을 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둥의 길이도 제각각입니다. 바로 그 점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건물의 하중을 지반에 전달하여 주는 기능과 기둥 밑뿌리를 습기로부터 보호하여 주는 기능을 감당하는 것을 주추라 합니다.
주추로 삼은 돌을 주춧돌이라 하는데, 주춧돌은 대개가 펑퍼짐한 자연석을 골라 그대로 썼습니다. 깎아내지 않은 자연석 그대로의 주춧돌을 ‘덤벙주추’라 불렀습니다.
덤벙주추를 쓸 때 한 가지 문제는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요철이 있어 기둥이 흔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그랭이질입니다.
주춧돌의 표면을 깎는 대신, 주추 표면의 생김새를 따라 기둥의 밑동을 깎아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돌과 나무가 그랭이질을 통해 조금의 틈도 없이 하나가 되었던 것이지요. 조금만 달라도 서로를 반목하며 사는 세상, 그럴수록 나를 버려 너를 품는, 둘이 하나가 되는 그랭이질이 그립습니다.
<한희철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