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각 키우기다’
‘이제는 생각 키우기다’
by 운영자 2013.12.03
<문덕근>
·전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
·전라남도자연학습장관리소장
·교육학박사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됩니다.’라는 누가 들어도 뻔한 대답을 했지만 오직 한 아이만이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하고 이야기하는 공익광고를 보면서 아직도 여전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부모님의 생각과 동일하게 움직여야 하는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포기한 채 방과후나 돌봄 부서, 또는 학원으로 시계추처럼 살아가야 하는 아이가 늘어나고, 선생님의 가르침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하느라 가진 생각을 꺼내보지 못한 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2100여 년 전에 사마천은 가장 훌륭한 공부 방법으로 ‘好學深思 心知其意(호학심사 심지기의)’하고 하였다.
즉 배우기를 좋아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면 마음으로 그 뜻을 알게 된다는 의미이다.
배우는 건 좋은데 생각하는 공부를 안 시키는 오늘날의 교육계를 향해서 던지는 뜻 깊은 메시지다.
학생 스스로 수업 시간을 생각하고, 움직이고, 함께 해결하고, 묻고, 토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시습지 불역열호,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에서 공자가 강조한 學·習·思(학·습·사)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교육, 즉 배우고 익히며 생각하는 공부 방법의 확대·실천이 정착될 수 있는 행·재정적 뒷받침과 연수가 실시되어야 한다.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낼 때는 무조건 백점 맞고 1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보다 좋은 선생님 만나서 좋은 교육받고 사회에서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고, 인정받고, 사랑 받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 학부모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내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 생각보다 낮은 받아쓰기 성적을 받아 오면 좋은 교육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백점을 베이스로 깔기 위해 자녀의 생각과 즐거움보다는 강요와 함께 주입식 교육을 하게 되고 그로인해 자녀들이 수동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경우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부모, 학교, 학원 속으로 쑤셔 넣는 성인에 의해 주조된 생김새 동일한 인형처럼 만들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부모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가는 억지춘향의 교육의 형태는 아닌지? 공부의 진정한 정의는 성적과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은 어른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욕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수많은 지명을 꿰고 있다고 해도, 한 고장의 거리에서 풍기는 냄새, 음식과 물의 맛, 거주하는 사람들의 말투, 나무와 꽃의 색채를 떠올릴 수 없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모른다면 그 지식은 허황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은 학생 스스로 실생활에서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거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교육 관련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있다고 한다.
자기의 생각이 없이는 불가능한 교육 방법이다.
이제 학생들의 생각을 키워주는 교육이 대세다. 일본의 아키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키다 교육은 실생활에서 자기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며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창출한다고 한다.
체험이 없는 앎은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과 제재에 대한 체험이 없는 교원의 경우 직·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준비와 연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지식을 지식으로 전달하는 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재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의 문화와 문명은 조상들의 생각이 가져온 결과다. 따라서 생각 키우는 교육은 학교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시간에는 정답이 아닌 답을 할 수 있는 발문과 학습문제가 주어져야 한다. 정답은 한 가지의 생각으로 끝나 버리는 학습이지만 해답은 다양한 답이 있는 학습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생존은 ‘나다운 나, 삶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친구가 귀찮게 굴어 한 대 때렸는데, 집에 돌아와 그 일을 떠올리며 ‘내가 좀 참을 걸, 내일 학교에서 가서 그 친구에게 사과해야지.’ ‘집에 있으니 심심한데, 친구 집에 한 번 가볼까?’ 하는 등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혼자서 친구나 선생님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빔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원하는 나는 누구인지,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 사람의 생각을 물어본 다음, 그의 말에 성심 성의껏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라는 지혜를 실천하는 학교 현장을 기대해 본다.
지명을 외우는 식의 지리교육보다는 상상력과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전과 신화, 전래동화를 즐겨 읽고 알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대는 생각 키우기에서 시작된다.
이제 모든 학교에서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실천, 연구와 연수가 활성화되는 학교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