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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녕하기를…

그대 안녕하기를…

by 운영자 2013.12.12

2013년 한 해도 이제 2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12월에 몰려있는 집안 어른들 생신 축하 자리에다가 이런 저런 송년모임 주선하랴 참석하랴 은근히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일이 손으로 써서 부치던 성탄카드와 연하장을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대신하니 오가는 정은 덜해졌을지 몰라도 여유는 좀 생겼습니다.

올 한 해 저와 제 주위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쭉 되짚어봅니다.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께서 무사히 한 해를 넘기신 것이 반갑고 감사한 일로 첫 손 꼽힌다면, 가까운 세 쌍의 부부가 이혼을 했거나 이혼 전 숙려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 가운데 제일 앞에 놓입니다.

두 쌍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부부관계까지 위기에 이르렀고, 나머지 한 쌍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남편 쪽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가 불러온 상처가 곪아터져 더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사는 일의 어려움과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대 청춘인 대학생 두 딸은 그래도 부모 그늘 아래 있을 때가 좋다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아무리 소란하고 어렵다 해도 별다른 걱정 없이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엄마인 제게도 차마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들이 꽤 많겠지만, 먹고 사는 일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아직 취업에 대해서도 절박함이 덜한 나이니 온실 속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한 살씩 많아지고 학년이 올라가면 아마도 이때를 그리워할 게 분명합니다.

후회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여느 해보다 특별히 바빴던 것도 아닌데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별로 많이 못 만난 것입니다.

연락을 하고 약속을 정해서 만나려면 아무래도 품이 좀 들어야 하는데, 웬일인지 전과 같은 적극성이 줄어들었습니다.

다들 바쁠 거라는 지레 짐작과 늘 제가 먼저 연락을 하는 것에 조금은 지친 탓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해의 막바지에 이르러 보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려보니 열심히 챙겨서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또 한 가지 후회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느라 책과 멀어진 것을 인정합니다.

오십 중반의 제가 이럴진대 젊고 어린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당장의 즐거움과 달콤함은 결국 심해진 노안(老眼)과 최근 몇 년 중 가장 빈약한 독서 목록을 남겼습니다.

미처 챙기지 못했고 직접 만나서 마음을 나누진 못했지만 힘들게 한 해를 보낸 친지, 친구들에게 마음을 담아 인사를 보냅니다. 나, 그대 안녕하기를 늘 빌고 있노라고.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