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터키 커피문화와 전통

터키 커피문화와 전통

by 운영자 2013.12.13

‘김장문화’가 예상대로 12월 5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필자의 아름다운사회 칼럼 ‘나눔의 정 담긴 김장문화’(11월 1일자)에서 ‘김치와 김장문화’로 등재가 확실시 된다고 언급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김장문화’로 수정됐다. ‘김치’라는 특정 음식이 등재되면 상업적으로 이용돼 인류문화유산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다.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 점은 그대로다. 김장문화와 함께 일본의 전통적인 정월 음식 ‘와쇼쿠(和食)’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전통 와인 제조법’, 터키의 ‘커피문화와 전통’도 함께 등재돼 식(食)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터키의 커피문화는 오스만제국이 아랍권을 통치하면서 일상화 됐다. 가족이 마실 커피를 마련하는 게 가장의 역할이다.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아내는 이혼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 받는다. 남편 없인 살아도 커피 없이는 못살 정도로 커피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부유층은 커피 끓이는 하인까지 두었다. 커피는 지친 병사들에게 활력소가 됐고, 산모의 산통을 완화시켰다.

혼사가 오갈 때는 처녀의 집을 방문하여 예비 신부가 끓여낸 커피 맛에 따라 결혼여부가 결정됐다.

터키식 전통 커피는 절차가 까다롭다. 손잡이가 달린 이브릭에 마실 사람의 수만큼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열을 가한다.

끊어 넘치기 직전에 불을 줄이고 찬 물을 붓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한다. 여과하지 않고 거품이 사라지지 않게 손잡이 없는 커다란 컵에 따른 뒤 돌려가며 마신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여기는 관행이다.

커피를 마신 뒤 테이블에 엎어 찌꺼기의 모양으로 운세를 점쳤다.

커피 향기 가득한 카페를 처음 만든 나라도 터키다. 1554년 오스만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최초의 카베(Kabeh·커피전문점)가 문을 열었다.

최고급 카펫을 깔고 벽은 보석과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했다.

커피 잔은 당시 최고의 사치품이던 중국산 자기(瓷器)를 사용했다. 17세기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했던 영국 여행자는 “수백 명이 커피를 홀짝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였다”고 할 만큼 손님들로 붐볐다고 한다.

카베문화는 그 뒤 유럽으로 퍼졌다. 영어의 커피(Coffee), 프랑스어 카페(Cafe), 이탈리어의 카페(Caffe)는 터키어 카베에서 유래됐다.

터키인들은 요즘 커피 대신 ‘차이(Cay)’를 음료수처럼 마신다. 터키 어디를 가나 차이 가게가 즐비하다. 우리가 생수 페트병을 들고 다니듯 차이를 넣은 보온병을 들고 다닌다.

차이는 맛과 색깔은 홍차와 비슷하지만 끓이는 시간과 첨가하는 향신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터키 여행 때 이스탄불 숙소에서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가니 택시 기사들이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메르하바” 인사를 하며 차이를 마시라고 권한다.

실크로드의 종착지 그랜드 바자르에 들렸을 땐 “코렐리? 안녕하세요? 싸요 싸” 서툰 한국말로 호객하며 따스한 미소와 함께 차이를 유리컵에 따라준다.

쌀독에서 인심 나듯,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은 마음을 푸근하고 넉넉하게 만든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