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
by 운영자 2013.12.20
나는 몇 살까지 살까. 가끔 궁금해진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 날 선택의 권한이 없듯, 생의 마감도 모르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또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무는 세모의 회한 탓으로 돌린다.
딸만 넷 낳은 뒤 아들을 얻은 아버지는 용하다는 역술인을 사랑채에 며칠 모셔 놓고 사주를 봤다고 한다. 사주풀이를 유산처럼 남겼다.
수명 운이 여든넷이다. 그 내용을 주역과 서예에 능통한 지인에게 털어 놨다. “지금은 장수시대인 만큼 플러스 10은 더해야 맞다”고 한 술 더 뜬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데 끔찍하다”며 웃어 넘겼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가족과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한데, ‘생존 연령’도 고무줄처럼 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생존확률 생명표’에 따르면 50세가 90세까지 살 확률은 10년 새 두 배 늘었다. 남성 두 명 중 한 명은 80세, 그 가운데 15%는 90세, 1% 정도는 100세까지 생존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여성의 절반은 85세 이상으로 남성 보다 5년 더 산다.
90세까지 살 확률은 34%, 그 가운데 4%는 100세 이상 살 수 있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데 오래 사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53세인데. 통계대로라면 절반 이상이 은퇴 후 최소 30년을 더 살게 된다. 퇴직 무렵이면 자녀결혼 준비 등 지출 요인이 많아 노후준비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55세에서 79세의 절반 넘는 사람이 사적이던 공적이던 연금조차 없다니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독거노인 등 고령층의 빈곤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인데 복지예산 100조 원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남편들은 집에서도 설자리가 없다. 집에 혼자 있으면 근심 덩어리, 밖에 나가면 사고 덩어리, 며느리와 함께 있으면 구박 덩어리, 마누라와 있으면 원수 덩어리 취급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이혼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노년 이혼’ 비율이 ‘신혼 이혼’비율을 앞질렀다니 비탈에 선 나무처럼 위태롭다.
돈 없고 병치레하며 막막한 노후를 보내는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나이 들어 배우자가 병치레하면 당사자는 물론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다. 송년 모임에서 만난 언론계 선배는 아내의 간병일기를 ‘사랑’이란 제목으로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5년 6개월 2042일을 꼼꼼하게 기록한 ‘아내에게 바치는 사부곡’이다.
또 다른 이는 아내의 병간호로 올 한해를 보냈다.
“너무 힘들어 아내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고충을 털어 놓는다. 또 한 사람은 “몹쓸 병에 걸리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극언까지 한다.
이래저래 늙은이 망년회는 병치레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게 절실한 이유다.
<이규섭 시인>
또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무는 세모의 회한 탓으로 돌린다.
딸만 넷 낳은 뒤 아들을 얻은 아버지는 용하다는 역술인을 사랑채에 며칠 모셔 놓고 사주를 봤다고 한다. 사주풀이를 유산처럼 남겼다.
수명 운이 여든넷이다. 그 내용을 주역과 서예에 능통한 지인에게 털어 놨다. “지금은 장수시대인 만큼 플러스 10은 더해야 맞다”고 한 술 더 뜬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데 끔찍하다”며 웃어 넘겼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가족과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한데, ‘생존 연령’도 고무줄처럼 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생존확률 생명표’에 따르면 50세가 90세까지 살 확률은 10년 새 두 배 늘었다. 남성 두 명 중 한 명은 80세, 그 가운데 15%는 90세, 1% 정도는 100세까지 생존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여성의 절반은 85세 이상으로 남성 보다 5년 더 산다.
90세까지 살 확률은 34%, 그 가운데 4%는 100세 이상 살 수 있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데 오래 사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53세인데. 통계대로라면 절반 이상이 은퇴 후 최소 30년을 더 살게 된다. 퇴직 무렵이면 자녀결혼 준비 등 지출 요인이 많아 노후준비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55세에서 79세의 절반 넘는 사람이 사적이던 공적이던 연금조차 없다니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독거노인 등 고령층의 빈곤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인데 복지예산 100조 원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남편들은 집에서도 설자리가 없다. 집에 혼자 있으면 근심 덩어리, 밖에 나가면 사고 덩어리, 며느리와 함께 있으면 구박 덩어리, 마누라와 있으면 원수 덩어리 취급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이혼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노년 이혼’ 비율이 ‘신혼 이혼’비율을 앞질렀다니 비탈에 선 나무처럼 위태롭다.
돈 없고 병치레하며 막막한 노후를 보내는 이들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나이 들어 배우자가 병치레하면 당사자는 물론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다. 송년 모임에서 만난 언론계 선배는 아내의 간병일기를 ‘사랑’이란 제목으로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5년 6개월 2042일을 꼼꼼하게 기록한 ‘아내에게 바치는 사부곡’이다.
또 다른 이는 아내의 병간호로 올 한해를 보냈다.
“너무 힘들어 아내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고충을 털어 놓는다. 또 한 사람은 “몹쓸 병에 걸리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극언까지 한다.
이래저래 늙은이 망년회는 병치레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게 절실한 이유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