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합니다

고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합니다

by 운영자 2013.12.27

<고재경>ㆍ정당인

이렇게 억울하고도 한 맺힌 죽음이 어디 있을까? 얼마나 억울하고 분이 쌓였으면 그 사랑하는 아내와 이름을 부르기도 아깝다는 어린 아들딸을 남기고 죽음을 선택했을지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인은 유서에서 “정말로 억울하고 원통해서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풀고 싶다. ‘공무원이 맘먹으면 안 될 것도 없고, 될 것도 안된다’는 말 뼈저리게 느끼고 간다”는 대목은 하다하다 안돼서 마지막 체념했던 그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참담한 심정 가눌 수가 없다.

이번 분신사건은 한 시민의 우발적 충동에 의한 사건이 아니며,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순천시행정과 민원인에 대한 불통과 공직자의 위압적인 태도가 빚어낸 비극이다.

고인의 주장에 의하면 주유소가 불허되자 농가주택을 지으려고 신청했으나 시장은 “우량농지라도 농가나 농업용 창고는 할 수 있다. … 방법을 찾아서 적극 검토하라”고 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대상자 조건에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가 조건을 맞추면 “우량농지라 농가나 농업용 창고도 안된다”고 불허했다.

자신이 신청한 부지에 대해서는 불허하고 인접 부지의 순대공장 허가와 관련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경지정리 된 곳은 우량농지라 했다가, 나중에는 경지정리가 돼도 우량농지가 아니라고 하시고 … 우량농지라도 농업과 근린생활 시설은 된다고 했다가, 저는 농업용마저 안된다고 했다가, 다른 곳은 농업용이 아니라 소매점인데도 된다 …”고 토로하며, 오로지 자신에게 허가를 해 주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마다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고인은 유서에서 “000과장님! 저것들은 절대 해줄 수 없다. 저것들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 저는 괜찮지만 제 부친께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을 만큼 나쁜 분 아닙니다.

시민에게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라며 마지막 그 순간까지 공직자의 막말과 위압적인 태도에 항의했다.

갑작스런 이번 사건은 27만 순천시민을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민선 5기 지방자치 역사 중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사건이 이곳 순천에서 발생한 것이다.

고인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큰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구호로 그치는 ‘주민을 섬기는 행정’이 아니라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순천시는 죽음을 통해 억울함을 풀고자 했던 선량한 한 시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깊이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또한 사법당국은 고인이 주장한 불공평한 행정에 있어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와 유사한 민원의 허가과정에서 향응수수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