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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나의 소원 목록

2014년 나의 소원 목록

by 운영자 2013.12.31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모처럼 네 식구가 시간을 맞춰 해넘이를 보러 강화도 장화리로 하루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물이 빠져나간 널따란 갯벌 저 뒤로 눈부신 황금빛을 반사하며 서서히 떨어지던 해가 어느 순간 새빨갛고 둥그런 덩어리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찬바람에 덜덜 떨면서도 감동에 젖었는지 아이들도 잠시 말을 잊고 조용합니다.

돌아오는 길 작은 식당에 들어가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냄비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으니 뱃속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지방에 근무하느라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오는 남편, 대학 졸업반이 되는 큰딸, 한 학기 동안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생활한 작은딸, 모두들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칼국수의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사이로 열심히 먹으며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세 식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 해 동안 각자 자기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버텨준 것이 고마워 불현듯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빵빵하게 부른 배를 안고 뒷자리에서 조잘대며 깔깔거리던 두 아이가 차례로 잠이 드니 차 안이 적막합니다.

운전대를 잡은 남편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듯 조용합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잘 살았다며 속으로 가만히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의 새해 소망은 뭘까?’로 생각이 이어집니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철이 들어서인지 소원 목록이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이야말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 덕입니다.

남편이 건강하게 일 잘하면서 변함없이 세 식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첫째의 좋지 않은 눈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 대학 2학년에 올라가는 둘째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며 좋은 경험 많이 하기.

2014년 제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관리와 시간관리 두 마리 토끼잡기’입니다.

새롭게 등록한 어학원 빠지지 않기, 주 3회 출석하는 운동 역시 결석하지 말 것, 그리고 책읽기와 영화보기도 조금 더 열심히 잘하기 위해 구체적인 숫자를 정해 수첩에 적어두었습니다.

사실 소원 목록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소망을 적고 실천을 결심하는 것이 소중한 까닭은, 새로운 마음으로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