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처럼 삶의 초원 달리자
준마처럼 삶의 초원 달리자
by 운영자 2014.01.03
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곰삭은 맛이 난다.
우정과 포도주는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동창이 격의 없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세월의 간극만큼 거리감을 느낀다.
“코 흘리게 촌놈이 출세했다”고 우쭐대거나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는 게 거슬린다.
한 직장에 다니며 애환을 함께한 동료와 선후배 사이의 정은 더 각별하다. 서로를 잘 아니까 가식이 끼어들 틈이 적고 대화가 통해서 좋다.
퇴직 사우회에서 신년호 회보를 만들면서 ‘퇴직사우 동아리’ 두 곳을 소개했다.
하나는 퇴직 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퇴기(퇴직기자)’ 모임이다. 몸은 늙어도 장백산 정기처럼 꿋꿋하게 살자는 의미와 ‘장기 백수’를 함축하여 ‘장백회’로 지었다.
격의 없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우스개를 할 수 있어 즐겁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해외여행과 국내 문화탐방을 하는 것도 보람이다.
또 하나는 제작국 출신 여직원들의 ‘말띠 모임’이다.
1988년 신문 창간 당시 제작시스템이 활자에서 전산체제로 전환되면서 입사한 여성 사우들이다. 1966년생 말띠로 현직 때는 막강한 ‘말띠 군단’이었으나 뿔뿔이 흩어지고 6명만 남았다.
25년간 함께 어울리다 보니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만나 자식들 군대 보내는 50을 바라보는 중년 여인이 됐다. 퇴직 후 전업 주부도 있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사업을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알뜰살뜰 꾸려가는 열성파들이다.
자식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대학을 졸업한 만학파도 있다. 대부분 활달한 성격에 붙임성이 좋고 진취적이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 말 띠 해다. 흔히 ‘말띠 여성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일본에서 말띠 여자는 기질이 세 남편을 업신여긴다며 혼인을 꺼리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 정현왕후 등 말띠 왕비가 많았던 걸 보면 우리와는 인식이 확연히 다르다.
사주팔자를 엄격히 따졌던 왕실에서 기가 드센 말띠 왕비를 간택했을 리 만무하다.
고구려, 신라, 가야의 왕이나 귀족의 유물과 벽화에 말 그림과 말 장신구가 등장한 걸 보면 권력층이 선호했던 것은 분명하다.
품위 있고 씩씩한 기상의 말은 영웅호걸의 상징이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랑말’은 아담하고 온순하면서도 끈기가 있어 한국인의 성정(性情)과도 닮았다.
예전에는 말이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었듯이 말을 상징한 상품도 여럿 등장했다.
추억의 말표 고무신은 신발 진화의 촉매제가 됐으며 70년대 중반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자동차’는 조랑말을 의미하며 당시 거액의 상금을 걸고 공모한 것으로 기억된다.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이고 에쿠우스는 라틴어로 말이다.
활력과 강인함의 상징인 준마(駿馬)처럼 삶의 초원을 힘차게 내달리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규섭시인>
-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우정과 포도주는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동창이 격의 없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세월의 간극만큼 거리감을 느낀다.
“코 흘리게 촌놈이 출세했다”고 우쭐대거나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는 게 거슬린다.
한 직장에 다니며 애환을 함께한 동료와 선후배 사이의 정은 더 각별하다. 서로를 잘 아니까 가식이 끼어들 틈이 적고 대화가 통해서 좋다.
퇴직 사우회에서 신년호 회보를 만들면서 ‘퇴직사우 동아리’ 두 곳을 소개했다.
하나는 퇴직 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퇴기(퇴직기자)’ 모임이다. 몸은 늙어도 장백산 정기처럼 꿋꿋하게 살자는 의미와 ‘장기 백수’를 함축하여 ‘장백회’로 지었다.
격의 없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우스개를 할 수 있어 즐겁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해외여행과 국내 문화탐방을 하는 것도 보람이다.
또 하나는 제작국 출신 여직원들의 ‘말띠 모임’이다.
1988년 신문 창간 당시 제작시스템이 활자에서 전산체제로 전환되면서 입사한 여성 사우들이다. 1966년생 말띠로 현직 때는 막강한 ‘말띠 군단’이었으나 뿔뿔이 흩어지고 6명만 남았다.
25년간 함께 어울리다 보니 친자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만나 자식들 군대 보내는 50을 바라보는 중년 여인이 됐다. 퇴직 후 전업 주부도 있고,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사업을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알뜰살뜰 꾸려가는 열성파들이다.
자식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대학을 졸업한 만학파도 있다. 대부분 활달한 성격에 붙임성이 좋고 진취적이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 말 띠 해다. 흔히 ‘말띠 여성은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일본에서 말띠 여자는 기질이 세 남편을 업신여긴다며 혼인을 꺼리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때 정현왕후 등 말띠 왕비가 많았던 걸 보면 우리와는 인식이 확연히 다르다.
사주팔자를 엄격히 따졌던 왕실에서 기가 드센 말띠 왕비를 간택했을 리 만무하다.
고구려, 신라, 가야의 왕이나 귀족의 유물과 벽화에 말 그림과 말 장신구가 등장한 걸 보면 권력층이 선호했던 것은 분명하다.
품위 있고 씩씩한 기상의 말은 영웅호걸의 상징이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랑말’은 아담하고 온순하면서도 끈기가 있어 한국인의 성정(性情)과도 닮았다.
예전에는 말이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었듯이 말을 상징한 상품도 여럿 등장했다.
추억의 말표 고무신은 신발 진화의 촉매제가 됐으며 70년대 중반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자동차’는 조랑말을 의미하며 당시 거액의 상금을 걸고 공모한 것으로 기억된다.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이고 에쿠우스는 라틴어로 말이다.
활력과 강인함의 상징인 준마(駿馬)처럼 삶의 초원을 힘차게 내달리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규섭시인>
-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