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번지는 사유의 삶
미소 번지는 사유의 삶
by 운영자 2014.01.10
이규섭시인-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대국민 오디션’. 한 유력 일간지의 신춘문예 사고 문구다.
정정당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강조한 탓인지 응모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중학교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는 50대 중반의 주부가 용기를 내 응모했다니 ‘오디션’ 표현의 영향은 큰가보다.
문학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상에서도 신춘문예 도전자가 늘었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연례행사처럼 신춘문예 당선 작품이 실린 신문들을 구입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시와 심사평, 당선소감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시와 마주하면 녹 쓴 언어에도 새살이 새록새록 돋는다.
20대 신인의 시어는 영롱하고, 50대 늦깎이 신인의 시에는 삶의 공명이 녹아 있다. 시가 밥이 되지 않는 시대에도 시를 빚는 치열한 시 정신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옥의 티는 올해도 한 지방신문 동시부문 당선 취소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표절이나 기성문인으로 판명되면 당선이 취소됨을 밝혔음에도 해마다 한두 명 씩 드러나는 걸 보면 자신의 글 솜씨를 재평가 받고 싶은 욕망인지 상금에 눈이 먼 탓인지 모르겠으나 신인 배출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몰지각한 행위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시 가운데 ‘갈라진 교육’(경향신문 심지현)과 ‘반가사유상’(문화일보 최찬상)의 대비되는 이미지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갈라진 교육’은 제목이 암시하듯 ‘현대판 계모’를 바라보는 두 시선이 절묘하다.
‘반가사유상’은 명상적 이미지가 강하다. ‘오빠 내가 화장실 가다가 들었거든, 내일 아줌마가 우릴 갖다 버릴 거래. 그 전에 아줌마를 찢어발기자// <중략> 여긴 아줌마가 오기 전부터 우리 집이었어, 난 절대 쫓겨나지 않을 거야.’ 새 엄마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상상은 끔찍하다.
‘너 시들지 않는 새엄마를 시기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무능해서 고생하는 예쁜 나의 새엄마//<중략> 아, 못생긴 엄마가 떠나면서 주고 간 선물. 예쁜 우리 새엄마!’ 어린 오빠는 새 엄마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갈라진 교육’은 ‘당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줘 설레었다’는 심사평처럼 새 엄마를 바라보는 남매의 시각은 잔혹하면서도 따스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계모의 잔혹사’와 ‘한국사 논란’처럼 현실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현실 참여시 쪽에 가깝다.
‘면벽한 자세만/철로 남기고/그는 어디 가고 없다/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생각이므로/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한 자세로/녹이 슬었으므로/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반짝이겠다.’<‘반가사유상’ 전문>
심사평에서 언급했듯이 ‘외면의 형상을 통해 존재의 내면에 대한 구도적 성찰이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잘 짜여진 서정시다.
반가사유상의 은근하고 온화한 미소가 마음을 맑게 해주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사유의 삶이 절실해진다.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대국민 오디션’. 한 유력 일간지의 신춘문예 사고 문구다.
정정당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강조한 탓인지 응모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중학교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는 50대 중반의 주부가 용기를 내 응모했다니 ‘오디션’ 표현의 영향은 큰가보다.
문학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상에서도 신춘문예 도전자가 늘었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연례행사처럼 신춘문예 당선 작품이 실린 신문들을 구입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시와 심사평, 당선소감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선하고 패기 넘치는 시와 마주하면 녹 쓴 언어에도 새살이 새록새록 돋는다.
20대 신인의 시어는 영롱하고, 50대 늦깎이 신인의 시에는 삶의 공명이 녹아 있다. 시가 밥이 되지 않는 시대에도 시를 빚는 치열한 시 정신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옥의 티는 올해도 한 지방신문 동시부문 당선 취소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표절이나 기성문인으로 판명되면 당선이 취소됨을 밝혔음에도 해마다 한두 명 씩 드러나는 걸 보면 자신의 글 솜씨를 재평가 받고 싶은 욕망인지 상금에 눈이 먼 탓인지 모르겠으나 신인 배출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몰지각한 행위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시 가운데 ‘갈라진 교육’(경향신문 심지현)과 ‘반가사유상’(문화일보 최찬상)의 대비되는 이미지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갈라진 교육’은 제목이 암시하듯 ‘현대판 계모’를 바라보는 두 시선이 절묘하다.
‘반가사유상’은 명상적 이미지가 강하다. ‘오빠 내가 화장실 가다가 들었거든, 내일 아줌마가 우릴 갖다 버릴 거래. 그 전에 아줌마를 찢어발기자// <중략> 여긴 아줌마가 오기 전부터 우리 집이었어, 난 절대 쫓겨나지 않을 거야.’ 새 엄마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상상은 끔찍하다.
‘너 시들지 않는 새엄마를 시기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무능해서 고생하는 예쁜 나의 새엄마//<중략> 아, 못생긴 엄마가 떠나면서 주고 간 선물. 예쁜 우리 새엄마!’ 어린 오빠는 새 엄마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갈라진 교육’은 ‘당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줘 설레었다’는 심사평처럼 새 엄마를 바라보는 남매의 시각은 잔혹하면서도 따스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계모의 잔혹사’와 ‘한국사 논란’처럼 현실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현실 참여시 쪽에 가깝다.
‘면벽한 자세만/철로 남기고/그는 어디 가고 없다/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생각이므로/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한 자세로/녹이 슬었으므로/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반짝이겠다.’<‘반가사유상’ 전문>
심사평에서 언급했듯이 ‘외면의 형상을 통해 존재의 내면에 대한 구도적 성찰이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잘 짜여진 서정시다.
반가사유상의 은근하고 온화한 미소가 마음을 맑게 해주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사유의 삶이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