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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의 꿈

청마의 꿈

by 운영자 2014.01.13

갑오년 청마의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120년 만에 돌아온 갑오개혁의 해와 맞물려 청마에 한층 더 관심이 많다.

올해가 청마의 해라는 것은 12지간에서 10간의 갑이 오행의 색깔에서 파랑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청마의 해를 반기는 것은 상상의 말인 청마가 강인함과 행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청마에 관한 내용이 선조 26년(1593 윤11월 22일)에만 등장한다. 그만큼 청마는 귀한 존재였다.

나는 청마를 생각하면 유치환이 떠오른다. 경남 통영 출신의 유치환은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의 시에 자극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지만, 나는 ‘행복’을 청마의 해에 떠올린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 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누구나 해마다 행복을 꿈꾼다. 그러나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 행복한 나날보다 그렇지 못한 날이 많다.

그만큼 행복한 삶은 쉽지 않다.

그러나 청마 유치환의 시처럼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훨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능동적인 태도 때문이다.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지만, 사랑을 받는데 익숙한 수동적인 사람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새해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먼저 행동해야 한다. 머리로만 생각하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몸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에너지가 생성된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야무진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치는 것도 행동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해맞이를 위해 천리를 멀다 않고 떠나는 자세로 살아가면 행복한 삶은 어렵지 않다.

강판권교수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