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약속
오래된 약속
by 운영자 2014.01.15
<한희철목사>-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흙과 농부와 목자가만나면의 저자
적어도 10년 만에 온 연락. 그래도 목소리가 익숙했습니다.
대뜸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으니 신기한 일이지요. 뚝 끊겼던 시간이 한순간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피아노학원을 접고 대신 아트홀로 꾸민 자리였습니다. 노래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고 무엇보다 사람 좋아하는 이가 만남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었습니다.
옛날 집에 있었을 툇마루를 고스란히 옮겨와 아이들에겐 그림을 그리는 좋은 탁자가 되고, 어른들은 떡하니 누워 한숨 자기도 하는 평상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둥근 항아리에 유리를 얹어 만든 탁자에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을 때 쯤에야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음식점으로 가던 중 전화가 왔고, 통화를 끝낸 그가 껄껄 웃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는 저도 덩달아 웃었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보다 나중에 들어왔다가 먼저 일어선 이였습니다.
몇 년 전에 피아노를 배우고 레슨비를 못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레슨비를 담은 봉투를 탁자 어디엔가 두고 갔다는 전화였습니다.
레슨비를 내지 못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그 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그 일을 잊지 않고 있다가 그 값을 치르는 마음이 귀하고 따뜻하다 여겨졌습니다.
구약성서 여호수아서에 보면 요셉의 뼈를 세겜에 묻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뼈를 세겜에 묻어 달라 했던 것은 요셉의 유언이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으면서 자기의 친족들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 이집트에서 빠져나가 조상에게 약속한 땅으로 갈 때 자신의 뼈를 가지고 가달라고 말이지요. 그 약속을 기억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셉의 뼈를 가지고 나와 요셉의 아버지 야곱이 산 땅 세겜에 그의 뼈를 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요셉의 뼈를 묻는 이들이 오래된 약속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셉이 죽은 뒤 430년간을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했습니다.
모세의 인도를 따라 이집트를 빠져나온 뒤에는 40년간 광야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 햇수를 계산하면 무려 470년입니다.
470년 전에 한 선조가 남긴 당부를 잊지 않고 기억하다가, 마침내 이집트에서 빠져나올 때 여러 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도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뼈를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약속도 잊기를 잘 하고, 기억은 하면서도 지키지 못할 때가 적지 않은 우리에게 470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는 이들의 모습은 기이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소중하지 않은 약속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약속이 다 소중한 것이지요. 그래도 오래된 약속을 기억한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지나갔다 하여도 그 약속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거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약속이 없는지를 살펴 그 약속을 지킨다면 한 시인의 노래처럼 삶의 아름다운 경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흙과 농부와 목자가만나면의 저자
적어도 10년 만에 온 연락. 그래도 목소리가 익숙했습니다.
대뜸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으니 신기한 일이지요. 뚝 끊겼던 시간이 한순간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피아노학원을 접고 대신 아트홀로 꾸민 자리였습니다. 노래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고 무엇보다 사람 좋아하는 이가 만남의 장을 마련했던 것이었습니다.
옛날 집에 있었을 툇마루를 고스란히 옮겨와 아이들에겐 그림을 그리는 좋은 탁자가 되고, 어른들은 떡하니 누워 한숨 자기도 하는 평상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둥근 항아리에 유리를 얹어 만든 탁자에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을 때 쯤에야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음식점으로 가던 중 전화가 왔고, 통화를 끝낸 그가 껄껄 웃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는 저도 덩달아 웃었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보다 나중에 들어왔다가 먼저 일어선 이였습니다.
몇 년 전에 피아노를 배우고 레슨비를 못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레슨비를 담은 봉투를 탁자 어디엔가 두고 갔다는 전화였습니다.
레슨비를 내지 못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그 뒤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그 일을 잊지 않고 있다가 그 값을 치르는 마음이 귀하고 따뜻하다 여겨졌습니다.
구약성서 여호수아서에 보면 요셉의 뼈를 세겜에 묻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뼈를 세겜에 묻어 달라 했던 것은 요셉의 유언이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으면서 자기의 친족들에게 말했습니다.
언젠가 이집트에서 빠져나가 조상에게 약속한 땅으로 갈 때 자신의 뼈를 가지고 가달라고 말이지요. 그 약속을 기억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셉의 뼈를 가지고 나와 요셉의 아버지 야곱이 산 땅 세겜에 그의 뼈를 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요셉의 뼈를 묻는 이들이 오래된 약속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셉이 죽은 뒤 430년간을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했습니다.
모세의 인도를 따라 이집트를 빠져나온 뒤에는 40년간 광야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 햇수를 계산하면 무려 470년입니다.
470년 전에 한 선조가 남긴 당부를 잊지 않고 기억하다가, 마침내 이집트에서 빠져나올 때 여러 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도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뼈를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약속도 잊기를 잘 하고, 기억은 하면서도 지키지 못할 때가 적지 않은 우리에게 470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는 이들의 모습은 기이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소중하지 않은 약속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약속이 다 소중한 것이지요. 그래도 오래된 약속을 기억한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지나갔다 하여도 그 약속을 지킨다고 하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거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약속이 없는지를 살펴 그 약속을 지킨다면 한 시인의 노래처럼 삶의 아름다운 경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