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위트 홈
홈, 스위트 홈
by 운영자 2014.01.17
이규섭시인
-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아들 내외가 새해 벽두 이사를 했다. 흐뭇하고 뿌듯하면서도 착잡하고 무겁다.
결혼 후 3년 간 함께 살다 전세 아파트를 얻어 나간 지 2년 만에 아파트를 샀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보태 줄 형편이 못돼 가슴 짠하고 아이 키우기도 빠듯한 형편에 어떻게 융자를 갚아나갈지 걱정스럽다.
지난 연말 갑자기 전세 아파트를 비워줘야 할 처지다. 전세로 수평 이동할 것인가, 무리해서라도 집을 구입할 것인가 고민할 때 세대차이 만큼 의견이 엇갈렸다.
“저축하여 융자 폭을 줄여서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받으면 금리도 낮고 취득세도 면제되니 좋은 기회다”며 서둘러 구입했다. 워낙 숫자에 어둡고 재테크와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저리 융자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니 백년서생신세를 못 면한다.
12월 한 달 동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2만 6000명에 달했다는 보도를 보고 아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았다.
지난해 월 평균 5000명이 융자를 받았으나 5배 넘게 연말에 쏠렸으니 모두 비슷한 판단을 했음이 분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디딤돌 대출’을 시행한다니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 날 또 다른 기회가 아닌가 싶다.
중장년 세대의 내 집 마련은 성공과 신분상승, 노후대비의 상징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언제 주인이 “방 빼”라고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고, 전세값은 소득을 앞질러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졌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다 내 집을 마련한 뒤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이름을 새긴 문패다. 큰 누님은 대문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친인척과 지인들을 불러 집들이 잔치를 벌였다. 붙박이처럼 단독주택에 30년 넘게 눌러 살다보니 낡은 곳 보수하기도 바빠 노후대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떳다방’, ‘복부인’ 등 숱한 유행어를 낳았던 강남불패 신화가 사라지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하우스 푸어(집만 가진 빈털터리)’가 안 된 것만도 다행이다.
이제는 집의 개념도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는 추세다.
젊은 세대는 구하기 힘든 내 집 마련에 올인하는 대신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여가를 즐기면서 삶의 정체성을 누리려고 한다.
내 집에 집착하지 않고 직장 가깝고 학군 좋은 곳에 살면 “전세인들 어떠랴”하는 생각이다. 독신자들은 낯선 사람과 월세를 나눠 내고 함께 사는 ‘하메스족(族)’이 확산되는 추세다. 서로 간섭하지 않아서 좋고, 싼값에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하는가?’ 지난해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하다. 2030세대의 약 60%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40, 50대는 55%가, 60대는 60% 이상이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해 집 소유 개념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소유든 거주든 가족이 단란하게 행복을 누리는 집이면 ‘홈, 스위트 홈’이다.
-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아들 내외가 새해 벽두 이사를 했다. 흐뭇하고 뿌듯하면서도 착잡하고 무겁다.
결혼 후 3년 간 함께 살다 전세 아파트를 얻어 나간 지 2년 만에 아파트를 샀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보태 줄 형편이 못돼 가슴 짠하고 아이 키우기도 빠듯한 형편에 어떻게 융자를 갚아나갈지 걱정스럽다.
지난 연말 갑자기 전세 아파트를 비워줘야 할 처지다. 전세로 수평 이동할 것인가, 무리해서라도 집을 구입할 것인가 고민할 때 세대차이 만큼 의견이 엇갈렸다.
“저축하여 융자 폭을 줄여서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을 받으면 금리도 낮고 취득세도 면제되니 좋은 기회다”며 서둘러 구입했다. 워낙 숫자에 어둡고 재테크와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저리 융자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니 백년서생신세를 못 면한다.
12월 한 달 동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2만 6000명에 달했다는 보도를 보고 아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았다.
지난해 월 평균 5000명이 융자를 받았으나 5배 넘게 연말에 쏠렸으니 모두 비슷한 판단을 했음이 분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디딤돌 대출’을 시행한다니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 날 또 다른 기회가 아닌가 싶다.
중장년 세대의 내 집 마련은 성공과 신분상승, 노후대비의 상징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언제 주인이 “방 빼”라고 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고, 전세값은 소득을 앞질러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졌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다 내 집을 마련한 뒤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이름을 새긴 문패다. 큰 누님은 대문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친인척과 지인들을 불러 집들이 잔치를 벌였다. 붙박이처럼 단독주택에 30년 넘게 눌러 살다보니 낡은 곳 보수하기도 바빠 노후대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떳다방’, ‘복부인’ 등 숱한 유행어를 낳았던 강남불패 신화가 사라지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하우스 푸어(집만 가진 빈털터리)’가 안 된 것만도 다행이다.
이제는 집의 개념도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는 추세다.
젊은 세대는 구하기 힘든 내 집 마련에 올인하는 대신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여가를 즐기면서 삶의 정체성을 누리려고 한다.
내 집에 집착하지 않고 직장 가깝고 학군 좋은 곳에 살면 “전세인들 어떠랴”하는 생각이다. 독신자들은 낯선 사람과 월세를 나눠 내고 함께 사는 ‘하메스족(族)’이 확산되는 추세다. 서로 간섭하지 않아서 좋고, 싼값에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하는가?’ 지난해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하다. 2030세대의 약 60%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40, 50대는 55%가, 60대는 60% 이상이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응답해 집 소유 개념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소유든 거주든 가족이 단란하게 행복을 누리는 집이면 ‘홈, 스위트 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