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함부로 버리는 아이들
책을 함부로 버리는 아이들
by 운영자 2014.02.07
<장병호>
- 교육학박사
- 순천문인협회 고문
- 전남교육청 장학관
고등학교에 재직할 때의 일이다.
졸업식 날 오후에 빈 교실을 돌아보며 깜짝 놀랐다. 졸업생들이 빠져나간 교실에 책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왜 자기 책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나는 교실에 들어가 어떤 책들인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것들은 교과서를 비롯해서 참고서와 문제집,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교양도서 따위였다.
이게 모두 돈 주고 산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하여 오랫동안 붙들고 씨름했던 물건들이 아닌가. 아무리 졸업을 했다지만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도 없단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전류는 더욱 그러했다. 그것들은 대학에 가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어디 대학뿐인가.
사회인이 되어서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사전을 들춰봐야 할 때가 있지 않은가. 더욱이 요즘 같은 평생학습 시대에 공부와 담을 쌓고 살 작정이란 말인가.
나는 담임선생님이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애들아! 오늘 이후로 교실에 다시 올 일이 없을 테니, 자기 물건들 모두 챙겨가거라!”
“선생님! 이젠 필요 없는 책들이에요. 보지도 않을 것을 뭐 하러 가져가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타일러야 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너희들의 실력을 쌓아준 고마운 친구들이잖아. 집에 간직해두면 학창시절의 기념도 되고, 또 어쩌다 펼쳐 봐야 할 경우도 생기지 않겠어?”
그리하여 한 권도 빠짐없이 가져가도록 지켜보았으면 교실이 이렇게 험한 꼴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활이 풍족해진 탓일까. 아니면 다양한 정보매체의 홍수 때문일까. 요즘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념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오래된 일이지만, 예전 학생들은 책을 무척 귀히 여겼다.
참고서 한 권이라도 선배한테 얻으면 큰 행운이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대개 참고서나 문제집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구입했다. 나도 그 시절에 ‘정통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헌책으로 공부했다.
헌책은 대개 앞 주인이 문제에다 답을 써놓은 경우가 많아서 성가신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책을 싸게 샀다는 이유로 감수하였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책을 헌 신발짝 버리듯 하고,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다. 학기 중에도 멀쩡한 교과서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가 하면, 창밖의 베란다나 화단에 내팽개쳐있기도 하다.
책을 주워놓고 주인을 찾아도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선후배 간에 책을 물려주는 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찌하여 이렇게 책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을까.
아무리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발달로 종이 인쇄물이 위축되는 추세라지만, 그래도 책이란 지식의 보고(寶庫)가 아닌가. 이러한 보물덩이를 미련 없이 버린다는 것은 곧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부족한 탓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그가 소프트웨어의 황제라는 칭호를 들으며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된 것도 독서의 힘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학생이 책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군인이 병기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병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군인이 전투를 잘할 수 없듯이 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학생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또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는 일이다.
결국 책을 버리고 간 우리 학생들은 독서에도 관심이 없고, 공부와도 거리가 먼 친구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교실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주워 모으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나는 그동안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단 말인가.
- 교육학박사
- 순천문인협회 고문
- 전남교육청 장학관
고등학교에 재직할 때의 일이다.
졸업식 날 오후에 빈 교실을 돌아보며 깜짝 놀랐다. 졸업생들이 빠져나간 교실에 책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왜 자기 책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나는 교실에 들어가 어떤 책들인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것들은 교과서를 비롯해서 참고서와 문제집,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교양도서 따위였다.
이게 모두 돈 주고 산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하여 오랫동안 붙들고 씨름했던 물건들이 아닌가. 아무리 졸업을 했다지만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도 없단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전류는 더욱 그러했다. 그것들은 대학에 가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어디 대학뿐인가.
사회인이 되어서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사전을 들춰봐야 할 때가 있지 않은가. 더욱이 요즘 같은 평생학습 시대에 공부와 담을 쌓고 살 작정이란 말인가.
나는 담임선생님이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애들아! 오늘 이후로 교실에 다시 올 일이 없을 테니, 자기 물건들 모두 챙겨가거라!”
“선생님! 이젠 필요 없는 책들이에요. 보지도 않을 것을 뭐 하러 가져가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타일러야 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너희들의 실력을 쌓아준 고마운 친구들이잖아. 집에 간직해두면 학창시절의 기념도 되고, 또 어쩌다 펼쳐 봐야 할 경우도 생기지 않겠어?”
그리하여 한 권도 빠짐없이 가져가도록 지켜보았으면 교실이 이렇게 험한 꼴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활이 풍족해진 탓일까. 아니면 다양한 정보매체의 홍수 때문일까. 요즘 학생들의 책에 대한 관념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오래된 일이지만, 예전 학생들은 책을 무척 귀히 여겼다.
참고서 한 권이라도 선배한테 얻으면 큰 행운이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대개 참고서나 문제집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구입했다. 나도 그 시절에 ‘정통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헌책으로 공부했다.
헌책은 대개 앞 주인이 문제에다 답을 써놓은 경우가 많아서 성가신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책을 싸게 샀다는 이유로 감수하였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책을 헌 신발짝 버리듯 하고,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다. 학기 중에도 멀쩡한 교과서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가 하면, 창밖의 베란다나 화단에 내팽개쳐있기도 하다.
책을 주워놓고 주인을 찾아도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선후배 간에 책을 물려주는 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찌하여 이렇게 책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을까.
아무리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발달로 종이 인쇄물이 위축되는 추세라지만, 그래도 책이란 지식의 보고(寶庫)가 아닌가. 이러한 보물덩이를 미련 없이 버린다는 것은 곧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부족한 탓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그가 소프트웨어의 황제라는 칭호를 들으며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된 것도 독서의 힘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학생이 책을 소홀히 하는 것은 군인이 병기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병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군인이 전투를 잘할 수 없듯이 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학생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또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는 일이다.
결국 책을 버리고 간 우리 학생들은 독서에도 관심이 없고, 공부와도 거리가 먼 친구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교실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주워 모으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나는 그동안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