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5km 과속 딱지

5km 과속 딱지

by 운영자 2014.02.12

<한희철목사>
-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동네 거리를 지날 때마다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거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보행자가 되어 길을 걸어갈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지나갈 때에도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거리에 서로 다른 것들이 마구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잘 정비된 큰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동네의 거리 풍경은 늘 복잡합니다. 거리를 둘러보면 많은 것들이 눈에 띕니다.

건물과 가로수, 도로표지판, 간판, 간이판매대, 화분대, 가게에서 내다 쌓아놓은 물건 등 많은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 거리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때로는 흘러가는 물결처럼 인파에 섞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걷는 이들이 있어 자칫 방심하다간 서로 부딪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넓지도 않은 인도에 자동차라도 주차되어 있으면 차를 피해 차도로 내려설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면 오가는 차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그러다가 아차 싶을 만큼 위험한 순간을 만나기도 합니다.

교행하기가 넉넉치 않은 골목길에 누군가 생각 없이 차를 주차해 놓으면 오가는 차들이 엉기기 시작, 풀어내기가 어렵게 되기도 합니다.

서로 간에 고성이 오가고 욕설이 오가고 그러다가 멱살잡이까지 번지는 일들도 일어납니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아찔한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신호등을 기다려 막 건널목을 건너려 하는데, 신호등을 무시한 채 달려오던 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입니다.

신호등을 보고 건널목을 건너면서도 아이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좌우를 살핍니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에서 그러하니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야 더욱 불안할 수밖에요.

운전을 할 때마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습니다. 거리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은 무엇보다도 운전하는 습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나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자동차와 사람이 만나게 되면 대개는 자동차가 먼저 지나갑니다.

지나가던 행인은 차를 보면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춰서고, 당연한 듯이 차가 지나간 다음에 길을 건너게 되지요.

거리의 주인이 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 운전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집니다.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리게 됩니다.

차를 멈춘 뒤 먼저 지나가시라 기다리고, 그래도 지나가지 않으면 손으로 표시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 손을 흔들며 지나갑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길을 지나는 어머니는 더욱 더 고마워합니다. 서로가 마음이 흐뭇해지지요.

독일에서 살 때 시속 35km로 달리다 과속 단속에 적발되어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동네의 골목길이었는데,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지역이었습니다.

시속 35km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분명 5km를 초과한 속도였습니다.

5m 초과 과속 딱지는 거리의 주인이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한,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