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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공부가 좋으세요?

아줌마는 공부가 좋으세요?

by 운영자 2014.02.13

<유경작가>
- 가천의과대학교 초빙교수
- 노인대학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 강사
- 저서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

“아줌마는 공부가 좋으세요?”

한 달 넘게 만나다보니 이제는 이름도 알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된 옆자리 여학생이 쉬는 시간에 불쑥 묻습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하고 있으려니 자기가 먼저 웃으며 말합니다.

“저는 정말 하기 싫은데 엄마가 하도 성화라서 그냥 하는 거예요.”

엄청 지겹고 지루했을 고3 생활을 드디어 끝내고 이제 막 대학에 합격했으니 공부가 정말 싫다는 말에 공감 또 공감입니다.

새해 시작과 함께 다니고 있는 일본어학원 기초반에는 모두 일곱 명이 모입니다.

남자 대학생 두 명, 엊그제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3월에 대학생이 될 앞의 그 여학생, 중년 남성 한 명, 올해 고등학교에 올라간다는 남학생 막내, 멀리 오스트리아에서 6개월 전에 와서 한국말을 배우는 중에 일본어에도 도전한다는 외국인 여대생, 그리고 그동안 미루기만 하다가 드디어 공부를 시작한 제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말 가나다라에 해당하는 기초도 전혀 모르고 시작한 상태지만 친절하고 세심한 선생님 덕에 하나씩 깨쳐가며 재미를 붙여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꼬박 꼬박 한 시간 이상 단어를 외우며 복습을 해도,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여간 벅찬 것이 아닙니다.

특히 두 딸과 동년배인 젊은이들 틈에 끼어 공부를 하려니 수시로 순발력 부족을 절감합니다.

배운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응용해 문장을 만들거나 단어만 새롭게 바꿔 넣을 때도 헷갈리기 일쑤고, 돌아가며 차례로 말을 하거나 짝을 이뤄 대화를 할 때면 등에 땀이 나곤 합니다.

그래도 기죽지 않기로 한 것은 나이 든 사람에게 부족한 것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순발력은 좀 떨어져도 통찰력과 지구력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든 사람이 좀 낫지 않을까요.

10대나 20대 젊은이들이 단어를 스무 번 외우고 문장을 열 번 읽을 때 저는 백 번 외우고 쓰고 읽다보면, 앞서가지는 못한다 해도 어떻게든 따라갈 수는 있겠지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나이에 새로운 말을 배우고 익히는 게 때론 버겁기도 하지만 즐겁습니다.

몰랐던 것을 아는 기쁨, 결심을 실천에 옮긴 것에 대한 대견함, 아이들의 칭찬과 격려, 여기에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신선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날 저는 공부가 좋으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저 역시 학창시절 내내 시험이 얼마나 지긋지긋했는지 모릅니다.

“새로운 거 배우니까 재미있어요. 특히 시험 안보니까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