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생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생태

by 운영자 2014.02.24

<강판권목사>
-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겨울철에 겪는 일 중 하나가 독감이다. 특히 조류 독감은 사람의 독감이상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조류 독감은 한 번 발생하면 농가의 엄청난 피해는 물론 드물긴 하지만 사람에게도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에 가니 아직 끝나지 않은 조류 독감으로 출입을 금지시켰다.

조류 독감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후 변화 및 면역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특히 철새의 경우 면역력과 관련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는 철새의 낙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철새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여러 요인으로 날마다 위협받고 있다. 그 중 철새들이 많이 머무는 우리나라의 강은 4대강 사업으로 자연생태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현재 전국의 강들이 각종 공사로 새들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새들이 살 수 없는 공간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강은 홍수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때론 시민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공사로 모래와 풀들이 사라지면서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철새들이 강가에 머무는 것은 먹이가 많기 때문이지만 이제 강가에는 먹이가 별로 없다. 철새들의 먹이 중 중요한 것은 강가의 고기와 벌레지만 낙곡(落穀)도 빼놓을 수 없다.

철새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 이유는 머물기 적합한 기후와 함께 추수 뒤의 곡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강가 논의 낙곡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강가의 논이 하우스나 공장 부지로 바뀐 탓도 있지만 사람들이 기계를 이용해서 볏짚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요즘 겨울철에 논에 가면 곳곳에 둥근 모양의 하얀 물건을 볼 수 있다. 모두 짚동이다. 짚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가축의 먹이로 사용하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추수 후에 낙곡을 직접 손으로 주었다. 양식이 부족한 시절이라 한 톨이라도 주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그 일이 무척 힘들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고가 필요 없는 대신 낙곡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새들이 먹을 양식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낙곡이 논에 없는 것은 새들에게 충격적인 사실이다. 먹이를 찾아 불원천리 날아왔지만 도착한 곳에는 먹을 것이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인간이 직접 철새들을 위해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계속할 수 없다. 새들이 스스로 먹이를 해결할 수 없으면 결국 그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기계화로 낙곡이 사라진 뒤 새들은 먹이가 부족해서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나아가 새들 간의 먹이 경쟁은 날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면 철새의 면역력은 해마다 떨어질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새들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낙곡의 양과 새들의 면역력 간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최근 새들에게 필요한 자연생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새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을 위해서라도 낙곡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태는 관계성이다. 새와 인간의 관계가 조화를 잃을 때 결국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