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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다리면……?

먼저 기다리면……?

by 운영자 2014.03.03








문덕근
·전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
·전라남도자연학습장 관리소장
·교육학박사


달뜨면 오시겠다 말해 놓고서(郞云月出來), 달떠도 우리 님은 오시지 않네(月出郞不來), 아마도 우리 님 계시는 곳엔(想應君在處), 산 높아 달도 늦게 뜨나 보네(山高月上遲). 능운(凌雲)이라는 기생이 대인(待人)이라는 제목으로 사람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오언고시다.

또한 박건호 작사, 방주연의 ‘기다리게 해놓고’라는 노래는 기다리게 하는 것, 즉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원망의 씨앗을 잉태하며 행복하고 성공하는데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세월의 흐름을 통해 울림으로, 세상을 대하는 시각으로, 깨달음과 삶의 지표로 다가온다.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이 시간은 너를 위하여 기다리는 것인데,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나는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노라. 약속했던 시간을 허공에 두고 만나지도 못한 채 엇갈린 순간 속에 잃어버린 꿈을 잃어버린 꿈을 잠재우고 가노라.

“바쁠 텐데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핑크 캐딜락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메리 케이의 창업자 메리 케이 애시 회장의 고객 상대법이다. 그는 종업원, 고객을 막론하고 항상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의 머리에 ‘나는 존중받고 싶다’라고 쓰여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을 대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멘토 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서산 간척지 개발 사업을 하면서 매일 아침 4시면 일어나면 “왜 새벽이 오지 않는가?”라고 하며 ‘기다리게 하면 일이 어려워진다’는 근면의 철학을 우리게 남겼다.

또한 그는‘어떤 일이든 '반드시 된다’는 확신 90%에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로 임했다고 한다.

그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설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조직구성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쓰며 적당히 권위적이어도 좋았다.

오늘날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조직구성원들의 욕구나 가치가 다양해지면서 그것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경영자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과 같다고 한 잭 웰치(John Frances Welch Jr., Jack Welch)는 행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만은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첫째, 아침 해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나간 놈의 몫은 있어도 자는 놈의 몫은 없다는 말이 있다.

나간 놈은 일하러 나갔으니 먹을 걸 남겨 두고, 자는 놈은 일을 하지 않으니 먹을 걸 남겨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침 잠자리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하루를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둘째, 아내, 남편 등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살아가게 되며, 가족이 삶의 힘이고 원천이 된다. 가족은 일정 시간이 되면 가정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족 구성원이 제 시간,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원만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즉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시·공간(時·空間)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세 명의 학생들에게 ‘이등변 삼각형을 만들어 보자’라고 해보자. 이등변 삼각형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은 데 대하여 의아해 할 것이다.

한 참을 움직이다 알아차릴 것이다. 한 학생이 한 지점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만들 수 있음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구성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점을 줄 것이다.

셋째 고객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게 하는 자의 결점을 계산한다고 하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우리 삶에서 일, 사람 등을 기다리게 하고는 있지 않는지.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일의 성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라는 말은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시간의 세월을 견디면서 지금 살아 있고 미래도 살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의 본질도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사회에 나가서 경쟁력이 될 실력을 만드는 것이다.

선인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득인심자 득천하(得人心者 得天下)’를 강조하였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가 거둘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누구든 조직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주눅 들거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그들의 잠재력이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열정이 생기고 자발적으로 조직을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는 삶의 자세가 靑馬의 해다.

‘만물은 모두 나에게 준비되어 있으니(萬物 皆備於我矣). 나를 돌아보고 지금 하는 일에 성의를 다하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反身而誠 樂莫大焉)’라는 맹자의 말씀을 가슴에 지니고 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