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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상, 대안은 없는가?

생명 살상, 대안은 없는가?

by 운영자 2014.03.04

<정운스님>
고대 인도 사위성에 보석을 광택 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아침 시간, 이 사람이 음식을 하기 위해 고기를 자르고 있는데, 사위성 왕국의 신하가 왕의 심부름을 왔다.
신하는 루비(보석) 하나를 건네면서 즉시 광택을 내어 달라는 왕의 지시를 전달했다. 남자는 고기가 묻은 손으로 보석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 집의 거위가 루비를 고기 덩어리로 착각하고, 먹어버렸다.

마침 이때 비구 스님이 그 집으로 탁발을 나왔다. 이 스님은 매일 이 집에 와서 음식을 탁발하는데, 거위가 루비를 집어 삼키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남자는 손을 씻고 돌아와 루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에게 물어보고, 탁발 나온 스님에게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남자는 아내와 아들은 식구이고, 마침 그 자리에 없었으니 루비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스님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루비가 왕의 것인데, 분실되었다고 하면, 나는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오. 아무래도 저 스님이 훔쳐간 것 같으니, 스님을 고문해서라도 자백 받아야겠소.”

그러자 그의 아내가 깜짝 놀라며 남편을 말렸다.
“저 스님은 우리 집으로 탁발 오면, 지난 12년 동안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스님의 은덕을 많이 입었는데, 설령 우리가 국왕의 극형을 받더라도 어찌 저 분에게 죄를 덮어씌운단 말입니까?”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님을 밧줄로 꽁꽁 묶고 작대기로 마구 두들겨 팼다.
이때 거위가 이들 옆으로 다가왔는데, 화가 나있던 남자가 거위를 발로 걷어차 거위는 벽에 부딪혀 즉사하고 말았다. 그때 스님이 ‘거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
아내는 거위가 죽었다고 하자, 스님은 ‘거위가 루비를 삼킨 것이오.’라고 그때서야 실토했다. 그 말에 남자는 칼로 거위의 배를 갈라 보니, 과연 뱃속에 루비가 들어 있었다.
남자가 스님에게 온 몸을 떨며 용서를 빌자, 스님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탁발하는 자세로 서 있었다. 스님은 매 맞은 후유증으로 며칠 만에 돌아가셨다.

요즘 조류 인플레엔자(AI)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고 있다. 오리 수백 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흰색 복장에 마스크를 한 아저씨를 졸졸 따라가 그대로 구덩이에 파묻힌다.
태어나고 싶지 않은 생명을 인공수정으로 억지로 돼지를 만든 뒤, 돼지 우리에서 몇 달을 뒹굴게 하더니 위험인자로 낙인찍어 그대로 땅에 묻어버린다. 살처분되는 동물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는 분명 생명을 함부로 살상해서 인간 삶을 윤택케 해야 한다는 인간의 못된 만용이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죽어야 하는가? 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어찌 펄떡 펄떡 살아 숨쉬는 죄 없는 생명을 구덩이에 산채로 묻어야 할까? 이 분야의 학자가 아니니 어떤 대안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위 한 마리를 죽이지 않기 위해 스님께서 매를 맞은 것처럼 모든 생명은 소중한 존재이다.
적어도 인간으로서 양심상 이 점만은 상기하자. 모든 생명은 삶을 원하지,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