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
by 운영자 2014.03.24
<강판권목사>
- 성리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보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남쪽에서 꽃소식, 즉 화신(花信)이 한창이다. 기상청에서도 자주 전국의 개화시기를 알리고 있다. 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후손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손을 먼저 만들어야만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다. 매화는 겨울 끝자락의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운다. 매화의 향기가 전국을 덮기도 전에 남쪽의 산기슭에서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맺는다.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맺을 즈음 옆에 있던 산수유가 생강나무를 시샘하면서 꽃망울을 준비한다.
이처럼 봄에 피는 꽃은 잎보다 먼저 나온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무척 화려하다.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준비하는 마음이 아련하다.
누구보다 먼저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나무들 중에는 유독 먼저 움직이는 존재가 많다. 그래서 봄철에 산과 들에서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그런데 꽃을 잘 살피면 무수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몸속에 겨울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무는 몸속에 겨울 이야기를 품어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겨울 이야기의 내용이다.
장미과의 매화는 흰색과 붉은 색과 청색으로 겨울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매화가 들려주는 예쁜 이야기는 다섯 장의 꽃잎 속에 담겨 있다. 각각의 꽃 잎 속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매화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그리운 시대이다. 사람들은 봄철에 매화를 만나러 길을 나서지만 결코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나무는 평생 한 곳에서 머물면서 세상을 읽지만, 인간은 동물이라서 그런지 끊임없이 움직일 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자동차가 발달한 탓에 머무는 시간은 날로 줄어든다.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노란색으로 겨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생강나무의 꽃은 우산처럼 생겼다. 얼핏 보면 노란 병아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솜사탕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생강나무의 꽃은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요물’ 같다. 생강나무의 잎도 꽃 색깔을 닮아 노랗게 물든다.
생강나무는 잎이 삼각으로 갈라지는 게 특징이지만 둥근잎생강나무는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 둥근잎생강나무를 만나지 못했다.
생강나무는 꽃이 지고 나면 무슨 나무인지 묻는 사람이 많을 만큼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그러나 산 길에서 힘들 때 고개를 돌리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나무가 생강나무이다.
층층나뭇과의 산수유는 산에 사는 수유, 즉 산의 쉬나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강나무와 혼동하지만 두 나무를 자세하게 본 사람은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
산수유는 생강나무처럼 꽃 색깔이 노랗지만 모양은 생강나무 꽃과 전혀 다르다. 나는 해마다 산수유의 꽃이 몇 개인지 세어본다.
봄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야외수업 시간에도 산수유 꽃이 몇 개인지 센다. 꽃을 세는 과정이야말로 중요한 학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산수유의 꽃이 몇 개인지 세는 순간, 이 나무의 생태를 가슴 깊이 새기면서 행복의 종자로 심는다.
세상에는 멀리서 보면 닮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른 존재가 아주 많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개성을 가졌다.
개성 없는 인간은 죽은 존재이고, 개성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로 죽은 사회이다. 인간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시간이 개성사회를 만든다.
- 성리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보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남쪽에서 꽃소식, 즉 화신(花信)이 한창이다. 기상청에서도 자주 전국의 개화시기를 알리고 있다. 나무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후손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손을 먼저 만들어야만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다. 매화는 겨울 끝자락의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운다. 매화의 향기가 전국을 덮기도 전에 남쪽의 산기슭에서는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맺는다.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맺을 즈음 옆에 있던 산수유가 생강나무를 시샘하면서 꽃망울을 준비한다.
이처럼 봄에 피는 꽃은 잎보다 먼저 나온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무척 화려하다. 다른 나무들보다 먼저 준비하는 마음이 아련하다.
누구보다 먼저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나무들 중에는 유독 먼저 움직이는 존재가 많다. 그래서 봄철에 산과 들에서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그런데 꽃을 잘 살피면 무수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몸속에 겨울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무는 몸속에 겨울 이야기를 품어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겨울 이야기의 내용이다.
장미과의 매화는 흰색과 붉은 색과 청색으로 겨울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매화가 들려주는 예쁜 이야기는 다섯 장의 꽃잎 속에 담겨 있다. 각각의 꽃 잎 속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매화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그리운 시대이다. 사람들은 봄철에 매화를 만나러 길을 나서지만 결코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나무는 평생 한 곳에서 머물면서 세상을 읽지만, 인간은 동물이라서 그런지 끊임없이 움직일 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자동차가 발달한 탓에 머무는 시간은 날로 줄어든다.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노란색으로 겨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생강나무의 꽃은 우산처럼 생겼다. 얼핏 보면 노란 병아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솜사탕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생강나무의 꽃은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요물’ 같다. 생강나무의 잎도 꽃 색깔을 닮아 노랗게 물든다.
생강나무는 잎이 삼각으로 갈라지는 게 특징이지만 둥근잎생강나무는 잎이 갈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 둥근잎생강나무를 만나지 못했다.
생강나무는 꽃이 지고 나면 무슨 나무인지 묻는 사람이 많을 만큼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그러나 산 길에서 힘들 때 고개를 돌리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나무가 생강나무이다.
층층나뭇과의 산수유는 산에 사는 수유, 즉 산의 쉬나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강나무와 혼동하지만 두 나무를 자세하게 본 사람은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
산수유는 생강나무처럼 꽃 색깔이 노랗지만 모양은 생강나무 꽃과 전혀 다르다. 나는 해마다 산수유의 꽃이 몇 개인지 세어본다.
봄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야외수업 시간에도 산수유 꽃이 몇 개인지 센다. 꽃을 세는 과정이야말로 중요한 학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산수유의 꽃이 몇 개인지 세는 순간, 이 나무의 생태를 가슴 깊이 새기면서 행복의 종자로 심는다.
세상에는 멀리서 보면 닮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른 존재가 아주 많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개성을 가졌다.
개성 없는 인간은 죽은 존재이고, 개성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로 죽은 사회이다. 인간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시간이 개성사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