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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좀 봐주면 안 될까요?

서로 좀 봐주면 안 될까요?

by 운영자 2014.03.25

<유경작가>
-가천의과대학교 초빙교수
- 노인대학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 강사
- 저서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못마땅합니다.

아들 사랑이야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럽고, 당신의 수입으로 자식들을 길렀으니 당당하고 목소리도 큽니다.

며느리 하는 양이 그리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 30년 된 며느리를 이제는 좀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서운합니다.

경우 바른 것은 알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또박또박 따지고 드니 피곤하고 불편합니다.

팔십을 바라보는 노인이 어떤 때는 앞뒤 다른 말을 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말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며느리는 그냥 눈감아주는 일이 없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답답합니다.

막내로 어려움을 잘 모르고 자란데다가 성격 또한 느긋해서 사업을 하는 데도 긴장감이 없어 보입니다.

여태까지야 어찌어찌 꾸려왔다지만 이 어려운 시절에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찮은데 되도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고 느슨하게 구는 것이 속상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보면 숨이 막힙니다.

집안 살림 알뜰하게 꾸려온 것은 인정하지만,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만 하면서 잔소리를 해대니 짜증이 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아 섭섭합니다.

어떤 때는 외롭기까지 합니다.

엄마는 다 큰 대학생 아이가 야속합니다.

아끼고 아껴 등록금이며 학원비며 해외연수까지 뒷바라지했건만 여전히 어린아이같이 굽니다.

자기 방 하나 제 손으로 정리할 줄 모르고 부탁하기 전에는 먼저 나서서 설거지 한 번 해주는 적이 없습니다.

잘못 길렀다고 자책하면서도 늘 일말의 기대를 갖지만 그 기대는 오늘도 예외 없이 깨지고 맙니다.

아이는 부모님께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있습니다.

기대가 부담스럽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민망해 오히려 뻗대기도 하고, 안개 속에 가려진 미래가 불안하니 이리저리 방황하게 됩니다.

속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만 엇나가는 스스로에게 실망해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들 이렇게 서로에게 불만을 내보이는 것을 보니 지금 당장 집안에 큰 우환이 있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누군가 갑자기 병이 나거나 큰 일이 생기면 불평을 하기는커녕 무조건 달려가는 것이 가족이니까요.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조금씩 봐주면 어떨까요.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나이를 고려하고, 남편은 아내의 걱정을 이해하며 좀 더 설명을 해주고, 엄마와 아이는 서로의 상황을 헤아리면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제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니 타인의 경험은 늘 좋은 교과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