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섭시인
-월간 <지방의 국제화> 편집장(現)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現)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요금 100원 희망 택시’는 참 훈훈한 복지다. 충남 서천군은 지난해 6월부터 버스 운행이 어려운 외딴 마을 23곳에 희망택시를 한 대씩 배치했다.

대중교통이 전혀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군(郡)이 운영하는 콜택시 제도다. 마을에서 읍내까지 이용 요금은 100원으로 4명이 타면 한 사람 당 25원 꼴이다.

공무원에게 민원을 들고 가면 규정부터 따져 마치 벽을 보고 대화 하는 것 같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손톱 밑 가시인 각종 규제를 없앤다고 대통령까지 나서 끝장 토론을 하는 가운데 신선한 뉴스다.

서천군의 참신한 발상과 창의성이 돋보인다.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정책기획실 홍보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았다. 담당부서 주무관인 6급 계장이 과장과 협의하여 기획했다고 전한다.

택시에 보조금을 지원하려면 법규 탓에 어렵다고 한다. 현행 ‘여객 자동차운수사업 법’은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가 버스노선처럼 운행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지자체의 지원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규제의 벽에 부딪쳐 콜택시 제도는 엄두조차 못 낼 처지다. 그 공무원은 지방자치법 9조 ‘주민의 복지 증진에 관한 사무’에 명시 돼 있는 택시 보조금 사업이 농어촌 주민들의 교통 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국토교통부와 선거관리위원회, 법제처 등에 문의한 결과 ‘운수사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조례제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요금 100원 희망택시’다.

대중교통 없는 곳이 대상이기에 기존 운수업자들이 받는 피해도 없고, 주민들은 택시를 이용해 볼일을 볼 수 있으니 편리해졌다.

기안에서 시행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좋은 결과를 얻어 낸 그 공무원에게 뜨거운 찬사와 격려를 보낸다.

서천읍 화성리는 읍사무소에서 6㎞ 떨어진 산 중턱 마을로 진입로가 좁아 시내버스는 물론 일반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주민들이 읍내로 가려면 고개를 두 번 넘어야 한다.

장도 봐야하고, “병원 갈 일도 많은데 병원가려다 골병든다”며 하소연하던 어르신들에게 100원 희망택시는 생활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었다.

23개 외딴마을에 버스 노선을 운영하려면 연간 2억 원의 지원금이 필요한데, 희망택시 사업비용은 연 8000만원에 불과해 예산 절감효과도 있다니 일거양득이다.

희망택시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들의 방문과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니 서천군 브랜드 가치는 덤으로 올랐다.

규제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은 ‘되는 이유’ 보다 ‘안 되는 이유’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규정을 어기면 감사 등에 불이익을 받게 돼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에 빠지기 쉽다.

일선공무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에 포기하기 일쑤다.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면 길은 있게 마련임을 보여 준 아름다운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