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통째 베낀 ‘할슈타트’
중국이 통째 베낀 ‘할슈타트’
by 운영자 2014.04.04
<이규섭 시인>
- 월간<지방의 국제화>편집장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면 “그림엽서 같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작은 호숫가 마을 할슈타트(Hallstatt)가 그런 곳이다.
호수를 품은 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다. 그 마을을 중국이 통째로 베낀 ‘중국판 할슈타트’를 조성해 화제가 됐다.
‘짝퉁 천국’다운 발상이다. 중국 국영 부동산 업체인 차이나 민메탈 사가 우리 돈으로 약 1조 1080억 원을 들여 광둥성 후이저우에 모방해 놓았다.
할슈타트를 흉내내기 위해 인공 호수를 만들고, 중세풍의 교회와 시계탑, 나무들까지 그대로 복제했다고 한다.
할슈타트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베꼈으니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과 ‘도시를 알리는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으로 나뉘어 논란이 일었으나 관광홍보 차원에서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츠카머구트는 비엔나에서 관광버스로 3시간 30여분 넘게 걸려도 지루하지 않다.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로 접어들자 만년설을 머리에 인 알프스 산자락이 차창을 스쳐가고 초록빛이 짙어지는 밀밭 사이로 ‘봄의 왈츠’가 흐른다.
잘츠카머구트 지역은 70여개의 호수마을이 있지만 흑진주로 불리는 할슈타트의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는 맑고 푸르다. 잔잔한 호수 위로 하얀 백조가 유영을 즐기듯이 마을은 평화롭다. 호수를 발끝에 펼치고 산자락에 오밀조밀 들어선 목조주택은 돌과 바위,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집 외곽도 앙증맞고 예쁘게 꾸며놓아 그 자체가 예술이다. 점심시간에 들린 레스토랑은 암벽을 뚫어 동굴식당처럼 멋이 넘친다.
산자락과 호수사이 마을은 외길로 고샅길을 걷듯 호젓하다. 여행의 쉼표를 찍듯이 느릿느릿 걸으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와 마음에 담는다.
마을 들머리 커다란 바위에 달아 놓은 자그마한 목판 안내판도 마을분위기와 어울린다. 가게마다 색다른 기념품을 팔지만 천연소금을 대부분 비치해 놓았다. ‘천연소금’이라 쓴 한글 안내가 반갑다.
이곳에 소금이 많은 이유는 BC 2000년 경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염 광산이 있던 곳이다. 지명의 잘츠(salz)는 독일어로 소금이다. 마을의 중심은 마르크트 광장이다.
광장이라야 우리나라 농가의 앞마당 보다 조금 넓고 담박하다. 광장 주변엔 생 마리 교회, 주택과 레스토랑과 카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정겹다. 쉬엄쉬엄 둘러봐도 두 시간이면 족하다.
중앙광장 뒤 언덕에 있는 ‘할슈타트 분묘군’이 유일한 유적이다.
이곳의 독특한 장례문화는 일정기간 매장해 두었다가 유골을 꺼내 건조 시킨 뒤 고인이 좋아하던 색깔을 칠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새겨 납골당에 보관한다.
경사가 심한 지형 때문이라고도 하고, 망자를 가족처럼 가까이 두려는 특유의 ‘할슈타트 장묘문화’라고 한다.
유럽 초기의 철기 문화가 이곳에서 발견 됐음을 뒷받침하듯 철제 묘비도 눈에 띈다. 마을전체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국이 만든 ‘짝퉁 할슈타트’의 외형은 그럴듯할지 몰라도 세월과 함께 축적 된 할슈타트의 역사와 전통, 문화는 베낄 수 없다.
- 월간<지방의 국제화>편집장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상임이사
- 저서 별난 사람들, 판소리 답사기행 등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면 “그림엽서 같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작은 호숫가 마을 할슈타트(Hallstatt)가 그런 곳이다.
호수를 품은 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다. 그 마을을 중국이 통째로 베낀 ‘중국판 할슈타트’를 조성해 화제가 됐다.
‘짝퉁 천국’다운 발상이다. 중국 국영 부동산 업체인 차이나 민메탈 사가 우리 돈으로 약 1조 1080억 원을 들여 광둥성 후이저우에 모방해 놓았다.
할슈타트를 흉내내기 위해 인공 호수를 만들고, 중세풍의 교회와 시계탑, 나무들까지 그대로 복제했다고 한다.
할슈타트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베꼈으니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과 ‘도시를 알리는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으로 나뉘어 논란이 일었으나 관광홍보 차원에서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츠카머구트는 비엔나에서 관광버스로 3시간 30여분 넘게 걸려도 지루하지 않다.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로로 접어들자 만년설을 머리에 인 알프스 산자락이 차창을 스쳐가고 초록빛이 짙어지는 밀밭 사이로 ‘봄의 왈츠’가 흐른다.
잘츠카머구트 지역은 70여개의 호수마을이 있지만 흑진주로 불리는 할슈타트의 풍광이 가장 빼어나다.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는 맑고 푸르다. 잔잔한 호수 위로 하얀 백조가 유영을 즐기듯이 마을은 평화롭다. 호수를 발끝에 펼치고 산자락에 오밀조밀 들어선 목조주택은 돌과 바위,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집 외곽도 앙증맞고 예쁘게 꾸며놓아 그 자체가 예술이다. 점심시간에 들린 레스토랑은 암벽을 뚫어 동굴식당처럼 멋이 넘친다.
산자락과 호수사이 마을은 외길로 고샅길을 걷듯 호젓하다. 여행의 쉼표를 찍듯이 느릿느릿 걸으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와 마음에 담는다.
마을 들머리 커다란 바위에 달아 놓은 자그마한 목판 안내판도 마을분위기와 어울린다. 가게마다 색다른 기념품을 팔지만 천연소금을 대부분 비치해 놓았다. ‘천연소금’이라 쓴 한글 안내가 반갑다.
이곳에 소금이 많은 이유는 BC 2000년 경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염 광산이 있던 곳이다. 지명의 잘츠(salz)는 독일어로 소금이다. 마을의 중심은 마르크트 광장이다.
광장이라야 우리나라 농가의 앞마당 보다 조금 넓고 담박하다. 광장 주변엔 생 마리 교회, 주택과 레스토랑과 카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정겹다. 쉬엄쉬엄 둘러봐도 두 시간이면 족하다.
중앙광장 뒤 언덕에 있는 ‘할슈타트 분묘군’이 유일한 유적이다.
이곳의 독특한 장례문화는 일정기간 매장해 두었다가 유골을 꺼내 건조 시킨 뒤 고인이 좋아하던 색깔을 칠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새겨 납골당에 보관한다.
경사가 심한 지형 때문이라고도 하고, 망자를 가족처럼 가까이 두려는 특유의 ‘할슈타트 장묘문화’라고 한다.
유럽 초기의 철기 문화가 이곳에서 발견 됐음을 뒷받침하듯 철제 묘비도 눈에 띈다. 마을전체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국이 만든 ‘짝퉁 할슈타트’의 외형은 그럴듯할지 몰라도 세월과 함께 축적 된 할슈타트의 역사와 전통, 문화는 베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