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기효능감 어떻게 높일 것인가?
교사의 자기효능감 어떻게 높일 것인가?
by 운영자 2014.04.08
<장병호>
- 순천왕운중 교장
몇 해 전 내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인문계열 수석 학생의 지망대학이 ‘교육대학’이었다.
그 정도의 성적이면 서울 명문대에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진로를 다시 고려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확고했다.
명문대학도 좋지만 졸업 후에 취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학과보다는 직장이 확실히 보장되는 대학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학생은 세 군데의 교육대학에 모두 합격하여, 그 중 한 곳을 골라 진학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교사 지망생이 많다. 장래 희망 직업 조사를 해보면 ‘교사’가 압도적이다.
정년 보장과 봉급 수준, 사회적 위상과 인식 따위를 고려한 결과일 텐데, 취업이 어려운 때인지라 생활의 안정감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경쟁률이 늘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교사의 처우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일까?
2013년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만3874달러(약 4699만 원)로서 싱가포르, 미국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교사의 위상 지수는 중국, 그리스, 터키에 이어 4위이고, ‘자녀가 교사가 되도록 권유하겠다.’는 부모들의 응답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한국 교사의 위상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는 응답률은 21위로 맨 꼴찌를 나타냈다. 교사의 처우 수준이나 선호도에 비해 학생들의 존경심은 형편없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 교과 성적은 최상위권인 반면, 학습 흥미도는 하위권에 맴도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와 더불어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지표에는 한국 교사들의 ‘자기효능감(自己效能感, self-efficacy)’이 36개 국가 중에서 최하위로 발표되었다.
자기효능감이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내놓은 것으로 교사 스스로 느끼는 자기 능력과 자질에 대한 확신, 즉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한국 교사들이 자기효능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업무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직에 나온 사람들이 교육현장에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3위 수준의 높은 연봉을 받는 교사들이 왜 이렇게 자기효능감이 떨어질까? 봉급 액수와 행복지수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우선 자기효능감 저하의 원인으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업무의 과중이나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들 수 있겠다. 교사의 업무는 수업만이 아니라 공문서 수발 및 기안과 같은 행정업무까지 포함된다.
시급한 공문서 처리가 있을 때는 수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많다. 담임교사로서 해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요즘은 아이들이 말썽을 많이 피우는지라 실랑이를 벌이다보면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되었나?’하고 회의감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보다 더 교사의 자기효능감을 저하시키는 일은 학교의 경직된 분위기라는 의견이 있다. 학교의 분위기가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경우에는 일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만 타율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는 학교장의 성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이 민주적이냐 독선적이냐, 허용적이냐 억압적이냐에 따라 교직원의 심리상태가 달라지고 업무 수행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형 학교 모델을 만들려는 혁신학교에서는 교사의 자율성 신장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문화를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구성원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이다.
학교의 제반 교육활동을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육공동체의 공감대가 커지면서 협동심이 생겨나고, 주인의식이 싹터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상당수의 혁신학교가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매사에 적극적이고, 동료 간에 협조적이며, 수업 협의 같은 것도 퇴근 시간도 잊은 채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직무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우리 속담에 “하던 ○○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기껏 잘하던 일도 옆에서 참견하면 하기 싫어진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이므로 자율성을 침해 받으면 그만큼 저항감이 발동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교직원 친목회의 식사장소까지도 교장의 뜻에 따라야 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런 풍토에서 어떻게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열정이 샘솟을 수 있겠는가.
민주적인 교단 풍토에서는 의사소통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일의 진척이 더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학교장은 일사분란과 효율성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선생님들의 판단과 결정을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사람은 자기 결정권이 주어졌을 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최선을 다하려는 의욕이 솟구친다.
따라서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자율성과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풍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순천왕운중 교장
몇 해 전 내가 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인문계열 수석 학생의 지망대학이 ‘교육대학’이었다.
그 정도의 성적이면 서울 명문대에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진로를 다시 고려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확고했다.
명문대학도 좋지만 졸업 후에 취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학과보다는 직장이 확실히 보장되는 대학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학생은 세 군데의 교육대학에 모두 합격하여, 그 중 한 곳을 골라 진학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교사 지망생이 많다. 장래 희망 직업 조사를 해보면 ‘교사’가 압도적이다.
정년 보장과 봉급 수준, 사회적 위상과 인식 따위를 고려한 결과일 텐데, 취업이 어려운 때인지라 생활의 안정감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경쟁률이 늘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교사의 처우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일까?
2013년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만3874달러(약 4699만 원)로서 싱가포르, 미국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교사의 위상 지수는 중국, 그리스, 터키에 이어 4위이고, ‘자녀가 교사가 되도록 권유하겠다.’는 부모들의 응답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한국 교사의 위상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는 응답률은 21위로 맨 꼴찌를 나타냈다. 교사의 처우 수준이나 선호도에 비해 학생들의 존경심은 형편없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 교과 성적은 최상위권인 반면, 학습 흥미도는 하위권에 맴도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와 더불어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지표에는 한국 교사들의 ‘자기효능감(自己效能感, self-efficacy)’이 36개 국가 중에서 최하위로 발표되었다.
자기효능감이란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내놓은 것으로 교사 스스로 느끼는 자기 능력과 자질에 대한 확신, 즉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한국 교사들이 자기효능감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업무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직에 나온 사람들이 교육현장에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3위 수준의 높은 연봉을 받는 교사들이 왜 이렇게 자기효능감이 떨어질까? 봉급 액수와 행복지수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닌가?
우선 자기효능감 저하의 원인으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업무의 과중이나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들 수 있겠다. 교사의 업무는 수업만이 아니라 공문서 수발 및 기안과 같은 행정업무까지 포함된다.
시급한 공문서 처리가 있을 때는 수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많다. 담임교사로서 해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요즘은 아이들이 말썽을 많이 피우는지라 실랑이를 벌이다보면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되었나?’하고 회의감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보다 더 교사의 자기효능감을 저하시키는 일은 학교의 경직된 분위기라는 의견이 있다. 학교의 분위기가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경우에는 일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만 타율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는 학교장의 성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이 민주적이냐 독선적이냐, 허용적이냐 억압적이냐에 따라 교직원의 심리상태가 달라지고 업무 수행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형 학교 모델을 만들려는 혁신학교에서는 교사의 자율성 신장에 초점을 맞추어 학교문화를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구성원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이다.
학교의 제반 교육활동을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육공동체의 공감대가 커지면서 협동심이 생겨나고, 주인의식이 싹터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상당수의 혁신학교가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매사에 적극적이고, 동료 간에 협조적이며, 수업 협의 같은 것도 퇴근 시간도 잊은 채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직무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우리 속담에 “하던 ○○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기껏 잘하던 일도 옆에서 참견하면 하기 싫어진다는 뜻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이므로 자율성을 침해 받으면 그만큼 저항감이 발동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교직원 친목회의 식사장소까지도 교장의 뜻에 따라야 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런 풍토에서 어떻게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열정이 샘솟을 수 있겠는가.
민주적인 교단 풍토에서는 의사소통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일의 진척이 더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학교장은 일사분란과 효율성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선생님들의 판단과 결정을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사람은 자기 결정권이 주어졌을 때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최선을 다하려는 의욕이 솟구친다.
따라서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자율성과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풍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