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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강

두 개의 강

by 운영자 2014.04.09

십년이 넘도록 강원도 강가 마을에 산 적이 있습니다.

강 하나를 두고 강원도와 충청북도 그리고 경기도가 갈리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였지요.

마을 앞을 유유히 흘러가는 강은 여러 가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때를 따라 다슬기를 잡아 된장을 넣고 끓인 뒤 마루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재미는 지금 생각해도 참 쏠쏠한 시간이었습니다.

장마 끝에 탁한 물이 지나가는 밤이면 동네 젊은이들은 저마다 낚시대를 가지고 모여 야광찌를 밝힌 채 적잖은 동자개를 잡아 올리고는 했습니다.

울음소리를 따라 빠가사리라 부르던 고기가 잘도 잡혀 다음날이면 매운탕 인심이 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가는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았습니다.

외진 곳에 살다보면 찾아오는, 마음 허전하거나 외로운 날이면 강가를 찾곤 했습니다.

마음을 띄워 보내듯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무거운 마음일랑 물수제비로 지우고는 했지요.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나가보면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물안개가 피어나 강물을 따라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강가에 사는 사람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그 모습을 보고 돌아와선 짧은 글 하나를 썼습니다.

바다까지 가는 먼 길
외로울까봐
흐르는 강물 따라
피어난 물안개
또 하나의 강이 되어
나란히 흐릅니다
나란히 가는
두 개의 강
벌써 바다입니다
- 졸시 ‘두 개의 강’

나쁘게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게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어떤 사람은 나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좋게 생각합니다.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사람은 나쁘게 말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좋게 말합니다.
세상을 흘러가는 두 개의 강이 있습니다.
은빛물결 반짝이며 흘러가는 맑은 강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냄새를 풍기며 흘러가는 더러운 강도 있습니다.
맑은 물로 하나의 강이 되어 세상을 지나는 것,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