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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줌마의 봄꽃여행

세 아줌마의 봄꽃여행

by 운영자 2014.04.10

<유경작가>
- 가천의과대학교 초빙교수
- 노인대학 및 사회교육 프로그램 강사
- 저서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

결혼 전 매일같이 셋이 붙어 다녔습니다. 둘은 고등학교 때 나란히 앉았던 짝꿍, 또 다른 둘은 대학 동창입니다.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나머지 두 사람 사이를 양쪽에 걸쳐있던 한 친구가 다리를 놓은 셈입니다.

이름하여 삼총사가 탄생한 것이지요.

흔히 친구는 짝수가 아니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세 사람 사이는 둘이 짝을 지어 한 사람을 외톨이로 만드는 일 없이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각자 직장에 다니면서 짬을 내어 같이 놀고 무언가를 배우고 휴가 일정을 맞춰 여행을 다녔습니다.

‘얼른 시집들이나 가라’는 부모님들의 걱정을 들으면서도 매일처럼 만나다가 서른이 넘어 차례로 결혼을 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일본으로 가 일본인 남편과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20년 넘는 세월동안 다사다난했다는 말 이외에는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세 사람 모두에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셋 다 아이들을 낳았고, 아이들 기르며 일하고 살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셋 중 둘이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을 했고, 한 친구를 뺀 나머지 두 사람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가슴앓이도 좀 했습니다.

2, 3년 만에 한 번씩 일본에 사는 친구가 친정에 다니러 와야 만날 수 있었던 세 친구의 바람은 언젠가 꼭 일본에서 셋이 한 번 뭉쳐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학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드디어 올 초에 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고3 엄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겼던 일본 땅에서 한 번 뭉쳐보자는 결의를 일깨운 것은 일본에 사는 친구였습니다.

귀국할 때마다 친구들이 대접을 해주었으니 한 번쯤은 보답하고 싶다고, 숙식 걱정 말고 오라는 간곡한 말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역시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진리였습니다.

낯선 풍경과 아름다운 봄꽃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20대와 30대 청춘의 때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의 여행은 달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이야기가 샘솟듯이 이어졌고, 흰 머리카락과 눈가의 주름마저 푸근하게 느껴진 것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장해서였을 겁니다.

3박4일이 꿈같이 지나갔고 다시 또 2, 3년쯤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세 친구는 공항에서 헤어지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던 것 같습니다.

홀로 떠나와 이국땅에서 자리 잡고 살기까지 친구가 겪었을 마음고생이 다시 한 번 떠올랐고, 이제 또 자기 자리로 돌아가 변함없이 뜨겁게 살아갈 서로가 대견해서 그랬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