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늘 학교를 짓기로 해요

하늘 학교를 짓기로 해요

by 운영자 2014.05.14

<한희철목사>
-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란에 칼럼을 쓴 지 15년쯤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한 줌의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한 주 한 주 이어온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이런 저런 반응을 만나게 됩니다.

제일 많은 반응은 무관심입니다. 물론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이나 주제가 아니기 때문일 터, 결과는 글을 쓴 사람의 몫입니다.

드물지만 전화를 주는 분들도 있고, 메일이나 편지를 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글을 쓴 사람으로서는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메아리라 여겨집니다.

전화나 메일이나 편지를 하려면 몇 곳 전화를 해서 글을 쓴 이의 주소나 번호를 수소문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두어 주 전에 ‘만약’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런 대형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글이었지요.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허망하게 다 놓쳤지 싶어 안타까움과 분노가 입니다.

어른들의 썩은 욕심과 정부의 무책임함이 빚어낸 참혹하고 부끄러운 참사가 아닐 수가 없다 싶습니다.

‘만약’이라는 글을 읽고 누군가 올린 댓글을 보았습니다. 글을 읽다가 마음이 울컥, 눈이 젖고 말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글이었습니다.

“하늘 학교를 짓기로 해요, 하늘에 있는 학교, 하늘에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돼 아이들 곁으로 간 누나와, 같이 가신 선생님과, 날마다 공부하게요. 학교에 가고픈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픈 선생님과, 사랑뿐인 누나에게 학교가 필요해요.

들국화 물망초 개밥바라기 수선화 끝도 없이 피어나는 하늘 교정에서 우리 야외수업도 참관해 보아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이들은 참 많은 얘기를 들려줄 거예요, 영원의 약속을 우리, 온 마음의 모습을 만나기로 해요...”

하늘 학교를 짓자고, 학생들도 있고 선생님들도 있고 그들과 함께 간 사랑뿐인 누나도 있으니 하늘 학교를 짓고 야외 수업도 참관해 보자고, 아이들이 들려줄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자고, 그렇게 서로를 잊지 말자고, 만나자고..... 단어 하나 하나에 담긴 마음이 애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늘 학교를 짓고 훌쩍 이 땅을 떠난 그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수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국화 물망초 개밥바라기 수선화 끝도 없이 피어나는 하늘 교정’에서 야외수업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천상의 꽃을 웃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만 한 가지, 그 하늘 학교를 지어야 할 곳은 구름 흘러가는 저 하늘이 아닌 우리들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 마음이 하늘처럼 맑아져 우리를 바라보는 하늘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우리의 청정한 하늘빛 마음에 지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진짜 하늘 수업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