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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봄빛

남해 봄빛

by 운영자 2014.06.09

가지마다 / 가득 돋은 / 푸른 봄을 / 보고 왔다 // 남해 통영 / 달아공원 / 이른 봄의 /청매 향기 // 마음에 / 실어온 봄빛 / 온 서울에 / 풀어놨다 - 졸시, 「남해 봄빛」

양문회(양평작문검정팀)의 첫모임 장소로 통영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김정자 교수님은 고향 통영의 굴밥이 유명한 집, 아름다운 달아공원, 유치환과 이영도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청마거리, 유치환의 생가와 문학관, 박경리 소설가의 생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 되었던 곳, 백석 시인의 시배경이 된 곳 등을 구경시켜, 통영에 대한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주셨다.

통영은 시인 유치환,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김보한, 서우승, 소설가 박경리, 희곡작가 유치진, 음악가, 윤이상, 시인이며 소설가이며 평론가인 김정자 교수 등을 배출한 문향이기도 하다.

양문회 모임은 늘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정 많고 재주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서인지, 남을 칭찬해 주는 천성이 워낙 착한 사람들이라서인지 모이면 서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때문에 모임이 즐거웠고, 기다려졌으며 드림팀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모두 자신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서로를 칭찬하다보니 자기 자존감도 스스로 높아지는 모임이었다.

모이는 사람들에 따라 그 모임이 즐거운 모임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모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체험하기도 한 모임이었다.

우리는 일이 끝난 밤에는 모여서 늘 즐겁게 보냈는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즐거운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정자 교수님은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던지, 우리는 모두 그에게 매료되어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따라 부르고, 테이프를 사 가지고 들으며 배울 정도였다.

그리고 ‘망향’을 들으며 그 간절하게 느껴지는, 온 감정을 다 실어 부르는 노래에 우리 모두는 숙연해졌고,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들으며 연인이 떠난 기차역에서 연인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그 노래 가사의 애절함에 강한 전율을 느끼며 숙연해졌고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모든 만남에는 필연적으로 이별이 따르고, 그 이별의 아쉬움과 멀리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시가 생기고, 노래가 생기고, 문학이 생겨 카타르시스적인 역할을 하며 인간의 젖은 감정을 치유하게 한다.

누군가 이별이 싫어 새로운 만남이 싫다고 하더니, 나도 언제부터인가 이별이 싫어 새로운 만남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별이 오면 가볍게 악수를 하자는 조병화 시인의 시도 떠올려본다.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이별의 아픔이나 슬픔 등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별이 싫어 만남이 두려워지는 감정도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기차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차하는 역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내리기도, 새로운 사람들을 태우기도 한다. ‘만남과 이별은 삶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순간순간 만나는 인연에게 최선을 다 해 주고, 설령 이별이 오더라도 조금은 유연하고 초연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긴 길이면 / 더 좋겠다 / 너와 함께 하는 길은 // 만남과 / 이별 잦은 / 우리들의 생애에서 // 아직도 / 익숙지 못해 / 숨고르지 못한, 나는 //

- 졸시,「함께 가는 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