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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수칙 뒤집어 보기

행복수칙 뒤집어 보기

by 운영자 2014.06.20

아침 8시 30분 안팎이면 카카오톡을 지인으로부터 받는다. 삶의 지침이 될 좋은 글과 배경음악이 깔린 아름다운 사진들이다. 고맙기도 하지만 아침마다 울리는 메시지 수신 알림음이 거슬린다.일요일에도 어김없이 보내기에 ‘백수는 휴일도 없느냐’는 문자를 날리기도 했다.

최근엔 ‘행복수칙 25’를 받았다. 주옥같은 말씀들이다. 과연 행복수칙을 지키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행복수칙대로 살 수 있게 우리사회는 안녕한지 자문해 본다.

현역 언론인시절 잘 나가던 선배는 빈털터리다. 자식의 사업자금을 대주기 시작하면서 살림이 쪼그라들었다. “자식과도 적당한 선을 긋고 살아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게 원인”이다. “왜 자식에게 올인하여 말년 고생을 하느냐”고 동정성 힐난을 하는 이들이 있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아비의 마음이다. 행복수칙은 세상사 모두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웃으면서 받아들이라는데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지인은 퇴직 후 낙향하여 펜션에 투자했다. 펜션 붐이 한풀 꺾인 뒤 막차를 탄 것이 실패요인이다. 적자에 허덕이다 몇 년 만에 접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면의 밤을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는 횟수가 잦았다고 한다.

행복수칙은 잠 속에서도 축복이 열매를 맺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잠을 자라는데 그게 쉬운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60세 이상 65%가 먹고 살기위해 일을 해야 할 형편이다. 일자리도 경비직, 미화직, 소품 배달 등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다.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나마 65세 넘으면 경비직과 주차관리직도 취업하기 힘들다.

행복수칙은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르니 대우 받으려고 하지 말라는데, 대우는커녕 “젊었을 적엔 뭘 하고 그 연세에 일하느냐”고 홀대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문화생활은 엄두조차 못 낸다. 60대 이상 한 달 용돈은 평균 15만7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다. 하루 5000원 꼴이다.

전철은 공짜라고 해도 점심값도 빠듯하다. 월 회비 1∼2만원이 부담스러워 모임에 자취를 감추는 이들도 늘고 있다.

행복수칙은 움직이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며 끊임없이 움직이라고 하는데 나들이를 하거나 영화 한편이라도 보는 게 쉬운가.

행복수칙은 ‘하루에 한가지씩 즐거운 일을 만들라’고 한다. 등 굽은 허리로 폐지 줍는 노인에게 “하루가 즐거우면 평생이 즐거우니 즐겁게 사세요.” 인사했다간 ‘얼빠진 ×’ 취급받기 십상이다. ‘좋은 책을 읽고 또 읽어라.

그러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치매가 예방된다.’는데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책 읽을 여유가 생기겠는가. ‘걱정은 단명의 주범이다.

걱정할 가치가 있는 일만 걱정하라.’는데 걱정은 나이와 정비례한다. 나이 들수록 이런저런 걱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서점에 가면 ‘행복지침서’가 널려있다. 행복지침서를 쓴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방송과 강단에서 행복을 팔던 지식인이 수신제가의 덕목에 걸려 낙마하는 경우를 봤다.

행복전도사로 각광받던 어느 작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아이러니컬하다. 행복도 자기 몸에 맞아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