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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값 흥정과 자비

물건 값 흥정과 자비

by 운영자 2014.07.08

수년 전 중국에 오랫동안 머물며 사찰을 순례한 일이 있다. 사찰은 대체로 시골이나 산골에 위치해 있어 택시를 타야할 경우가 많다.한번은 먼 거리의 사찰을 가느라 택시를 탔다. 그런데 그 기사는 계속 추가요금을 요구했다. 요금 때문에 한참 실랑이가 있었고, 그가 요구한 금액에서 반을 지불했다.

그 반대의 일도 있었다. 어느 사찰까지 가는데, 택시 요금이 20원[한화 3400원]이었다. 나는 “10분도 채 오지 않았는데, 무슨 20원이냐!”며 끝까지 우겨, 결국 10원을 냈다.

나중에 사찰에 들어가 물어보니, 원래 20원이라고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중국 사람들에게 부당한 일을 많이 당했기 때문이다. 변명이지만 중국은 호텔이나 택시, 버스비가 정액제가 아닌데다 사회가 물건 값을 흥정하는 문화이다.

어쨌든 여행 동안 숙박비나 물건 값에서 온전한 금액을 지불한 적이 별로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민망한 일이지만, 당시 몇 달간의 장기 여행인데다 한국인으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에 오래 있다 보니, 내 나라 귀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지론이었다.

여행 동안 인색했던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떠오르는 스님들이 두분 있다. 먼저 혜월(慧月, 1861~1937)이라는 스님이다.

스님이 선암사에 주지로 사실 때인데, 겨울철이 되자, 마을 장정들이 사랑방에 모여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였다.

장정들의 이런 생활에 동네 아낙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갔다. 사찰에 온 신도로부터 이런 상황을 들은 스님께서 ‘절 앞에 황무지를 개간한다’는 소문을 내고, 동네 장정들을 불러들였다.

절에 일거리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장정들이 모여들었고, 일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겨울 내내 장정들이 모여 황무지를 개간하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 겨우 논 두 마지기에 불과했다. 막상 그들에게 품삯을 지불하려고 하니, 논 열 마지기 값에 해당되었다. 그러자 젊은 스님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스님, 우리가 그 농부들에게 속은 겁니다. 겨우 논 두마지를 위해 논 열 두마지기를 손해 본 겁니다.”

이 말을 들은 혜월 스님께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논 두 마지기가 절 앞에 새로 생겼고, 열 마지기는 그대로(장정들에게 품삯 지불한 돈) 저들에게 있지 않은가? 겨울 내내 놀지 않고 일을 했으니 장정들이나 그 가족들에게도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내년 겨울에도 그들을 하릴없이 놀리지 않고, 또 논을 만들 생각이네.”

곱씹고 곱씹는 스님의 (존경스런) 계산법이다. 또 일본에도 비슷한 스님이 있다. 영서(榮西, 1141~1203) 스님인데, 병들고 굶주린 한 걸인이 스님을 찾아왔다.

스님은 줄 물건이 없자, 법당으로 들어가 부처님 광배를 잘라서 걸인에게 주었다.

제자들은 스승에게 부처님을 욕되게 한 일이라며 투덜거리자, 스님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무엇이 욕된 일인가? 만약 부처님이었다면 팔을 빼어 줬을 것이네. 광배 하나 빼어 중생에게 준 것이 무슨 큰 일이라고 소란을 피우는가?”

10년 후 이 걸인은 관리가 되어 백성들에게 자비를 베풀었고, 스님의 절대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나는 어른 스님들의 진정한 자비심을 대할 때마다 여행도중 승려답지 못했던 나의 행동을 반성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