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랑한다면 놓아주라

사랑한다면 놓아주라

by 운영자 2014.07.09

제주도에서 고래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다에 나가 고래를 보는 일을 관광상품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바다와 고래가 자연을 의미한다고 하면, 상품은 아무래도 인위적인 일이다 싶기 때문입니다.

제주시 김녕 앞바다가 고래관광의 최적지로 자리를 잡고 있는 데는 ‘제돌이’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의 정치망에 불법 혼획된 남방큰돌고래입니다.

그 후 제돌이는 하루 서너 차례씩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해야만 했습니다.

마음껏 바다를 유영하던 돌고래가 조련사의 혹독한 훈련을 받은 뒤 단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쇼를 해야 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박수를 쳤을지 몰라도 제돌이에게는 얼마나 서글픈 일이었을까요.

그러던 중에 놀라운 결정이 내려집니다. 2012년 3월 서울시에서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제돌이는 이듬해 7월 18일 야생 적응 프로그램을 마치고 제주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하던 춘삼이와 삼팔이란 이름을 가진 돌고래도 법원의 판결로 제돌이와 함께 야생방사가 되었습니다.

바다로 돌아간 지 1년, 그동안 제돌이와 춘삼이와 삼팔이는 제주도의 바다에 완벽하게 적응을 하였고, 그 모습을 고래관광을 통해 확인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먹이사냥도 능숙하게 하고 있고, 무리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사회성도 되살아났다는 것입니다.

제돌이를 돌려보내며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야성을 잃어버린 제돌이가 사람이 탄 어선을 쫓아다니며 먹이를 구걸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제돌이와 춘삼이와 삼팔이는 관광객이 탄 요트 앞에서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타고 노는 ‘선수타기’를 하지만, 다른 야생 돌고래들과 빈도나 횟수에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관심이 있을 때에만 와서 파도를 타며 놀 뿐이라 하니 자연에 잘 적응을 한 모습이 대견하게 여겨집니다.

고래를 보러 나갔다가 고래를 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 돌고래의 부재를 경험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야생을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라 이해를 하고, 때로는 제돌이와 춘삼이를 구별하기 위해 그들의 지느러미에 쓰여 있는 1과 2라는 숫자를 확인하면서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고도 하니 고래관광은 자연의 소중함을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여행이라 여겨집니다.

수족관에 갇혀 쇼를 하는 돌고래를 보는 것과 바다를 힘차게 유영하는 돌고래를 보는 것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를 보며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옭아매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사랑하는 이가 마음껏 자유의 바다를 헤엄치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