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들이 편하면 우리도 편하다!

그들이 편하면 우리도 편하다!

by 운영자 2014.07.15

6년 전 언어장애 치매 진단을 받은 77세 외삼촌이, 한 달간의 병원 생활을 끝내고 집에서 안정 중인 친정어머니 병문안을 오셨습니다.물론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곁에서 돌봐드리는 외숙모와 함께 왕복 세 시간 넘는 길을 작정하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치매로 말을 잃은 남동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누나의 눈을 마주보며 삼촌도 눈물을 흘립니다.

열 살 터울이지만 형제 중 가장 사이가 좋았다는,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할아버지 남매의 눈물이 가슴 아파 저도 덩달아 웁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두 분을 모시고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보폭도 좁고 걸음이 영 불안한 삼촌의 손을 잡고 걸으려니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럴 때는 지하철역에 마련된 리프트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약자가 편한 세상은 우리 모두가 편한 세상’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계단이나 보도 턱을 오르내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경사로를 만들면 휠체어나 유모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보행자 또한 계단이든 경사로든 자기가 편한 쪽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경사로가 없다면 보행자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는 아예 다닐 수 없게 됩니다.

서울시는 2013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해 139번째 회원도시가 되었습니다.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란 어르신들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활기찬 노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도시 환경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나이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살기 좋으며 평생 살고 싶은 도시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보면 외부환경 및 시설, 교통 편의성 증대, 주거 안정성 확보, 사회참여 활성화, 존중 및 사회통합, 시민참여 및 고용, 의사소통과 정보, 의료 및 보건체계 등 모두 8개 분야로 되어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그 편리함을 다시 한 번 느낀 지하철역의 리프트는 교통 편의성 증대에 해당되겠지요.

누구나 접근하기 좋은 대중교통 노선이라든가 정류장의 편의시설, 교통정보 표시판, 노약자 우대석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어르신들만을 위한 것 같아 보여도 결국은 우리 모두가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고령친화적인 도시의 한 모습일 것입니다.

약한 사람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