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소리가 살아나는 달
8월은 소리가 살아나는 달
by 운영자 2014.08.21
4월은 잠자던 눈이 살아나는 달이다. 삼동을 지나오며 우리의 눈은, 설원의 백설이거나 벌거벗은 대지 이외의 것을 본 적이 없다.사람의 의상으로 치자면 겨울은 모노 패션이다. 단조롭다. 그런 단조로운 오늘이 어제 같은 날이 무려 서너 달씩이나 반복된다.
이 지리한 모노컬러의 절기는 우리의 눈을 잠들게 한다.
휴면에 들게 하는 거다. 농경민족의 겨울엔 시력이 그리 필요하지 않다. 바깥 보다 좁은 방안에 거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은 바깥을 향하기보다 고요히 내면을 응시하기를 더 좋아한다. 육신의 눈보다 마음의 눈이 더 밝아지는 때가 이때다.
그러다가 4월이 오면 눈은 파랗게 살아난다. 4월은 산뜻하고 깜찍한 빛깔을 가지고 온다.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형상의 빛을 대지 위에 점점이 뿌려놓는다.
보랏빛 제비꽃이거나 노란 금단추 민들레꽃이며 밥풀 같은 양지꽃, 그리고 통통한 나뭇가지마다 팝콘처럼 터트리는 꽃물결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둣빛 속잎. 4월은 그동안 밀렸던 빛깔 잔치를 우리들 앞에 펼쳐 보인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빛의 선물로 우리의 눈을 새롭게 살아나게 하고, 육신을 벅차오르게 한다. 그런가 하면 8월은 침묵하는 달이다.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매미 소리를 잊었느냐고 누가 힐책할 것 만도 같다. 그러나 폭염에 지친 사람들은 귀청을 때리는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쩌렁쩌렁 숲을 울리는 매미 소리도 실은 우리의 청각 바깥에 있다.
그러나 이 8월도 잠깐! 태양의 그림자가 8월 중순의 오솔길을 건너기 무섭게 가을빛은 이내 들어선다.
어두운 밤, 창을 열면 풀벌레 소리가 더위에 지친 귀를 신선하게 물들인다. 8월은 침묵과 동시에 귀가 살아나는 달이다.
거친 폭력과도 같은 뇌성벽력과 장대 빗소리에 지칠 대로 지친 귀는 나직하고 음률이 고른 소리에 청력을 모은다.
여리고 간절한 소리에 귀를 열어 우주의 발걸음을 고요히 엿듣는다. 이 무렵의 대표적인 소리는 뭐니 뭐니 해도 풀벌레 소리다.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이 다르듯 풀벌레소리도 저마다 빛깔이 다르다.
스뻬스뻬스뻬 울거나 뻬치뻬치뻬치 울거나 달달달달 또는 짜로짜로짜로, 또르랑또랑 운다.
뜰앞 배롱나무 우듬지에 흰 달이 뜰 때까지 귀는 그들 곁에 머문다. 귓속 소리창고도 모자라 귓바퀴 가득 청랑한 가을 소리를 채운다. 8월은 청력을 복원하는 달이기도 하다.
감나무가 툭 떨어뜨리는 풋감 소리에도 퍼뜩 귀를 보낸다. 토란잎을 도닥이며 한 줄금 지나는 소낙비에도 귀를 보낸다. 잠자는 아가의 숨소리에도, 별똥별 스치는 우주의 소리에도 퍼뜩 귀를 보낸다. 늦은 밤, 어린 밤새 우는 소리에도.
이처럼 귀 밝히는 소리를 하나하나 찾아들으면서 청력은 복원된다. 8월이 다 갈 때면 귀는 내 안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때가 소슬바람 부는 9월의 밤이다. 그때를 위하여 늦은 8월은 예민한 영혼의 귀를 살려낸다.
이 지리한 모노컬러의 절기는 우리의 눈을 잠들게 한다.
휴면에 들게 하는 거다. 농경민족의 겨울엔 시력이 그리 필요하지 않다. 바깥 보다 좁은 방안에 거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은 바깥을 향하기보다 고요히 내면을 응시하기를 더 좋아한다. 육신의 눈보다 마음의 눈이 더 밝아지는 때가 이때다.
그러다가 4월이 오면 눈은 파랗게 살아난다. 4월은 산뜻하고 깜찍한 빛깔을 가지고 온다. 작고 예쁘고 앙증맞은 형상의 빛을 대지 위에 점점이 뿌려놓는다.
보랏빛 제비꽃이거나 노란 금단추 민들레꽃이며 밥풀 같은 양지꽃, 그리고 통통한 나뭇가지마다 팝콘처럼 터트리는 꽃물결과 마음을 설레게 하는 연둣빛 속잎. 4월은 그동안 밀렸던 빛깔 잔치를 우리들 앞에 펼쳐 보인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빛의 선물로 우리의 눈을 새롭게 살아나게 하고, 육신을 벅차오르게 한다. 그런가 하면 8월은 침묵하는 달이다.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매미 소리를 잊었느냐고 누가 힐책할 것 만도 같다. 그러나 폭염에 지친 사람들은 귀청을 때리는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쩌렁쩌렁 숲을 울리는 매미 소리도 실은 우리의 청각 바깥에 있다.
그러나 이 8월도 잠깐! 태양의 그림자가 8월 중순의 오솔길을 건너기 무섭게 가을빛은 이내 들어선다.
어두운 밤, 창을 열면 풀벌레 소리가 더위에 지친 귀를 신선하게 물들인다. 8월은 침묵과 동시에 귀가 살아나는 달이다.
거친 폭력과도 같은 뇌성벽력과 장대 빗소리에 지칠 대로 지친 귀는 나직하고 음률이 고른 소리에 청력을 모은다.
여리고 간절한 소리에 귀를 열어 우주의 발걸음을 고요히 엿듣는다. 이 무렵의 대표적인 소리는 뭐니 뭐니 해도 풀벌레 소리다.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이 다르듯 풀벌레소리도 저마다 빛깔이 다르다.
스뻬스뻬스뻬 울거나 뻬치뻬치뻬치 울거나 달달달달 또는 짜로짜로짜로, 또르랑또랑 운다.
뜰앞 배롱나무 우듬지에 흰 달이 뜰 때까지 귀는 그들 곁에 머문다. 귓속 소리창고도 모자라 귓바퀴 가득 청랑한 가을 소리를 채운다. 8월은 청력을 복원하는 달이기도 하다.
감나무가 툭 떨어뜨리는 풋감 소리에도 퍼뜩 귀를 보낸다. 토란잎을 도닥이며 한 줄금 지나는 소낙비에도 귀를 보낸다. 잠자는 아가의 숨소리에도, 별똥별 스치는 우주의 소리에도 퍼뜩 귀를 보낸다. 늦은 밤, 어린 밤새 우는 소리에도.
이처럼 귀 밝히는 소리를 하나하나 찾아들으면서 청력은 복원된다. 8월이 다 갈 때면 귀는 내 안의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때가 소슬바람 부는 9월의 밤이다. 그때를 위하여 늦은 8월은 예민한 영혼의 귀를 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