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버릴 수 없었던 사람
배를 버릴 수 없었던 사람
by 운영자 2014.12.10
제가 처음으로 쓴 동화의 제목은 ‘소리새’였습니다. 새들이 사는 마을 ‘새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온갖 새들이 모여 평화롭게 모여 살던 새터에 이상한 소문이 번졌습니다. 큰 폭풍이 밀려와 새터가 무너지게 되고 말 거라는 소문이었습니다.
설마 했던 폭풍이 정말로 찾아와 새터의 모든 나무가 쓰러지자, 새들은 모두 새터를 떠나고 맙니다.
새터에는 소리새라는 새가 있었습니다. 작은 몸뚱이에 빛깔도 우중충한 볼품없는 새였습니다. 거기에 노래까지 못했습니다.
유독 소리새만은 예부터 조상들이 불렀다는 마디마디 구슬프고 느린 노래만을 고집스레 불렀습니다.
거친 비바람을 뚫고 새들이 새터를 떠나갈 때, 소리새는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노래를 불렀지요. 소리새의 노래는 새터를 떠나가는 새들의 가슴 속에 화살처럼 박혔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들이 하나둘 새터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돌아온 새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다 쓰러져 뒤엉켜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돌아온 새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가장 나이 많은 새가 돌아오게 된 이유를 말했습니다. 소리새의 노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소리새의 노래가 어느 날 마음속에 떠올라 마음을 가득 채웠고, 그러자 가슴이 불붙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새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쳤습니다. “소리새를 찾자.” 새터를 뒤져 소리새를 찾았을 때, 소리새 주위로 몰려든 새들은 소스라쳐 놀랐습니다.
소리새는 뼈만 남은 채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는데, 소리새의 발목이 철사 줄로 칭칭 동여매져 있었습니다.
소리새의 형편없이 부러져 있는 부리 끝이 철사를 묶은 것은 소리새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요.
소리새를 바라보며 모두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을 때 어디선가 소리새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모두들 소리새의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터엔 소리새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노래를 부르느라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소리새는 어디론가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그는 결코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래 전에 썼던 동화를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 때문입니다.
기우는 배를 바로 잡으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소용이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사고 해역 근처에 있던 ‘오양호’ 이양우 선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형님께 마지막 하직인사 하고 가야 안 되겠습니까.” 두 사람은 형님 동생하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어서 탈출하라는 이선장의 재촉에 김선장은 “이제 배 안의 등이 전부 꺼졌어요. 선원들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대답했는데, 그것이 김선장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가라앉는 배에서 끝내 내릴 수 없었던 사람, 그는 제게 또 하나의 소리새입니다.
배와 함께 이 땅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항상 함께 살아있을 것입니다.
설마 했던 폭풍이 정말로 찾아와 새터의 모든 나무가 쓰러지자, 새들은 모두 새터를 떠나고 맙니다.
새터에는 소리새라는 새가 있었습니다. 작은 몸뚱이에 빛깔도 우중충한 볼품없는 새였습니다. 거기에 노래까지 못했습니다.
유독 소리새만은 예부터 조상들이 불렀다는 마디마디 구슬프고 느린 노래만을 고집스레 불렀습니다.
거친 비바람을 뚫고 새들이 새터를 떠나갈 때, 소리새는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노래를 불렀지요. 소리새의 노래는 새터를 떠나가는 새들의 가슴 속에 화살처럼 박혔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새들이 하나둘 새터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돌아온 새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다 쓰러져 뒤엉켜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돌아온 새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가장 나이 많은 새가 돌아오게 된 이유를 말했습니다. 소리새의 노래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소리새의 노래가 어느 날 마음속에 떠올라 마음을 가득 채웠고, 그러자 가슴이 불붙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새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쳤습니다. “소리새를 찾자.” 새터를 뒤져 소리새를 찾았을 때, 소리새 주위로 몰려든 새들은 소스라쳐 놀랐습니다.
소리새는 뼈만 남은 채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는데, 소리새의 발목이 철사 줄로 칭칭 동여매져 있었습니다.
소리새의 형편없이 부러져 있는 부리 끝이 철사를 묶은 것은 소리새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요.
소리새를 바라보며 모두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을 때 어디선가 소리새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모두들 소리새의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터엔 소리새의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노래를 부르느라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소리새는 어디론가 다시 날아올랐습니다. 그는 결코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래 전에 썼던 동화를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 때문입니다.
기우는 배를 바로 잡으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소용이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사고 해역 근처에 있던 ‘오양호’ 이양우 선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형님께 마지막 하직인사 하고 가야 안 되겠습니까.” 두 사람은 형님 동생하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어서 탈출하라는 이선장의 재촉에 김선장은 “이제 배 안의 등이 전부 꺼졌어요. 선원들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대답했는데, 그것이 김선장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가라앉는 배에서 끝내 내릴 수 없었던 사람, 그는 제게 또 하나의 소리새입니다.
배와 함께 이 땅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항상 함께 살아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