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배려와 상생의 미덕

배려와 상생의 미덕

by 운영자 2014.12.12

“퇴직 후 할 일 없으면 아파트 경비나 하지”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호시절의 배부른 소리다. 요즘은 젊은층도 아파트 경비직 구하기가 어렵다.65세가 넘으면 신체가 건장해도 받아 주는 곳이 드물다. 경비직은 좁은 공간에서 24시간 격일로 일하는 열악한 여건이다.

낙엽을 쓸고 제설작업을 하는 것 보다 더 힘든 게 스트레스다. 지난 10월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경비원이 자살하면서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입주민의 지속적인 인간적 모욕을 오죽 참기 힘들었으면 분신했을까.

아파트 경비직은 정년퇴직한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생애 마지막 직장’으로 불린다.

여기서 관두면 다른 일자리를 얻기 힘든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한파보다 더 매서운 ‘해고 한파’ 예고로 떨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관리비 상승을 우려한 아파트 주민들이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받게 된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몰린다는 것은 최저임금제의 역설이자,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현재 최저임금의 90%는 시급 4689원으로 월평균 120만 원 정도인데 내년부터 5580원으로 오르면 아파트 관리비 부담이 그만큼 더 늘게 마련이다. 2011년 말 최저임금 적용률이 80%에서 90%로 높아질 때도 경비원 10%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비원들은 해고를 걱정해 임금 인상을 스스로 거부하는 사태가 일자 정부는 적용시기를 2015년으로 미루는 미봉책으로 진정 시켰다.

아파트 경비원 해고 움직임이 일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경비직 근로자 고용안정 대책은 땜질식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올해로 끝날 예정이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2017년까지 다시 연장해 1인당 월 6만원 씩 3년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국 25만 명의 경비근로자 가운데 해고 가능성이 높은 60대 이상 근로자가 5만 명이 넘는데 수혜자는 고작 1만 명 정도다.

근로감독과 현장 지도를 통해 경비직 근로자 고용안정을 강화하겠다지만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든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엄동설한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게 주민들의 따듯한 배려와 상생의 미덕이 절실하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과 경비원이 합심하여 단지 내 지하주차장과 가로등 전구를 모두 LED로 바꾸는 등 전기 절약으로 4년 동안 4억원 이상 공용전기 사용료를 줄였다고 한다.

그 돈으로 내년 경비원 임금을 19% 올려주기로 했다니 훈훈하다.

또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는 용역업체를 빼고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입주민과 경비원의 상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사례다.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면 1인당 한 달 임금은 18만 원 오른다. 전국의 아파트 906만 가구가 관리비를 커피 한잔 값인 월 5000원씩 더 내면 경비원 월 급여를 20만 원쯤 올려줄 수 있다고 한다.

살기가 팍팍할수록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마음이 모여 ‘해고 한파’를 녹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