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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냐 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by 운영자 2014.12.18

가을잎들을 모두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차갑게 울고 있다. 겨울의 입구부터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기세로 동장군이 성이 잔뜩 나 있다.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저무는 한 해가 꽁꽁 얼어붙고 있으니 새해를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2014년을 돌아보니 바쁘게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다.

추운 날에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상의 좋지 않은 뉴스들이 가세하여 삶을 더욱 애잔하게 한다. 그런 세상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좌충우돌 살아가고 있을까? 이제야 때늦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쾌락적응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매달리는 부와 권력,명예등을 얻었다 해도 오래지 않아 거기에 적응하여 싫증이 나거나 더 큰 ‘욕심’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메슬로우는 욕구5단계를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소속과 애정의 욕구-존경/자존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분하면서 하위욕구가 채워지면 상위욕구로 나아간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압축고도성장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부와 권력,명예등을 더욱 더 움켜쥐고 있고,자아실현의 단계인 상위 욕구로 나아가기는 커녕 3단계 욕구 아래에서 끝없이 수평적 확장에 골몰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전력을 다해 쫓은 욕구들이 이제 현실적으로 얻기 어려운 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물론 세계경제는 저성장은 커녕 제로성장,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로 이제 ‘많은 것을 누리는’ 삶은 멀어져가고 ‘지속가능’을 염려해야 할 처지에 몰려있다.

소유의 삶이 종말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좋은 삶’이란 소유의 삶보다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따른 존재적 삶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돈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내 삶과 세상속에서 어떻게 잘 사용하고 나누어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정해지지 않을까.

인생은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리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존재적 삶에서 진정 나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양될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면에서 보면 요즘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의 흐름은 오히려 지금까지 놓치고 살았던,아니 방치해 두었던 자신의 삶을 ‘좋은 삶’으로 전환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듯 소유적 삶에서 존재적 삶으로의 패러다임의 실천적 전환을 통해 단순한 욕구의 충족으로 인한 쾌락을 훨씬 뛰어넘는 인생의 참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 항공회사의 땅콩회항 사건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유명 대학교수들의 성희롱 사건들은 세상을 소유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런 삶을 살아갈 때 생기는 필연적 결과물이다.

결국 언젠가는 누구나 예외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생을 마칠때 떠오르는 것이 부와 권력,명예일까 아니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서로 도우며 즐긴 삶일까? 어쩌면 이러한 새로운 각성과 좋은 삶에 대한 다짐이 스스로에게 새해를 맞이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독자들에게 때이르지만 깊고도 고마운 새해인사를 올린다. 부디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