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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책과 만나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를!

새해에는 책과 만나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를!

by 운영자 2015.01.22

요즘 우리 사회에 행복의 기초인 가정이 너무 많이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가정이 그리고 자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자식이 귀한 것이야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자식을 너무 귀하게 싸고도는 사람들에게 사자의 새끼 양육법에 대해 비유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서구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 사람들은 자기의 자식들에게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여행을 시켜주라고 이야기 한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곡선의 강은 큰비가 내리면 언제 바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인생도 큰 힘이 작용을 하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사람이 그리고 책이 더 나아가 크고 작은 경험이 지나간다.

그런데 세상살이는 명상이나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만 가지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자신이 스스로 겪은 경험이 가장 좋은 길잡이요 스승이 된다.

경험은 내가 만들어서 하는 경험도 있고 외부 환경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피하기 어려운 경험도 있다. 보는 것과 직접 감당하는 체험은 질이 다르다.

헤겔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은 경험인데 다만 그 값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4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크너는 본시 현재의 미시시피 주립대학이 있는 옥스퍼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주립대학 재단에서 사업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안은 대체로 유복한 편이었고 더구나 대대로 명문이어서 포크너는 어렸을 적부터 고생 같은 것을 모르고 살 수가 있었다.

포크너는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도 못했으며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도에서 그만두고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은행에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광범한 독서를 시작했고 문필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아늑하게만 살아온 이제까지의 삶은 사회현상의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 세상에는 어둡고 음울한 그늘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포크너는 이러한 사회현상들을 자신의 소설 주제로 삼고자 했으나 막상 붓을 잡고 보니 소재가 빈곤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리하여 포크너는 남이 가기 싫다는 군대에 지원해서 1차 대전에 참전해 보고 싶었지만 키가 너무 작아서 징병검사에 불합격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전쟁을 몸소 겪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길이 없어 끝내는 캐나다로 건너가 영국의 공군에 입대할 수가 있었고, 1차 대전의 종전과 함께 공군 소위로 제대할 수가 있었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포크너는 당시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별의별 일을 다 해보았다.

서점도 경영해 보았고 목수, 칠장이까지 해보다가 나중에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대학의 우편국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을 곧 집어치우고 말았다.

그가 당시에 제출한 사표를 보면 ‘나는 단돈 2센트짜리 우표를 사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녀석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이 싫어서 이에 사표를 제출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제까지 이야기는 포크너가 27살이 될 때까지 겪은 일들이다. 그 후 그는 1962년 5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향과 분노>와 같은 소설을 남기고, 194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포크너의 일생을 생각할 때마다 인생을 평안히 안주하려는 사람은 한 세상 왔다 가는 길에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가 만약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평안히 청년시절을 보냈고 키 작은 것을 빙자하여 군대도 가지 않고 그저 평범한 한 청년으로서 세상을 살았다면 그에게는 노벨상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고 또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화제의 주인공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젊어 한때의 어려움을 너무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위한 교훈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그 고생을 덜 억울하게 하는 것이요, 또 자신을 웃음 짓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전에 근무한 광양여중에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꾸게 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전라남도교육청의 힘을 끌어와 도서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꼭 해야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제자들이 하나라도 이 도서실에서 책과 만나 자기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기를 기대하는 소망에서 이룬 일이다.

경험이 짧고 보는 것이 적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기댈 곳은 오직 책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창시절, 날이 새도록 책을 읽은 학생들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어려서부터 기른 내공이라 믿기 때문이다.